[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최환진]<33> 3D프린터 제품 사고파는 `쉐이프웨이즈`

‘쉐이프웨이즈(Shapeways)’는 3D프린터 장비를 제공하고 제품 판매를 중개하는 서비스다. 제품은 디지털 설계도와 3D프린터로 만든 실제 상품을 포함한다. 사용자는 3D프린터를 직접 구매하는 대신 쉐이프웨이즈에 자신이 고안한 디자인을 보내 출력하고 실물을 받는다. 하드웨어 구입 부담을 줄이고 상품 기획과 디자인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2007년 네덜란드에서 창업한 기업으로 현재는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유니온스퀘어벤처스 등 유수의 벤처캐피털이 투자했다.

창작물을 사고 팔수 있는 쉐이프웨이즈 개인샵.
창작물을 사고 팔수 있는 쉐이프웨이즈 개인샵.

-정진욱(콘텐츠대학부 기자)=쉐이프웨이즈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최환진(이그나잇스파크 대표)=네덜란드 회사로 3D프린터 출력대행을 한다. 단순 출력대행을 넘어 설계도와 결과물을 사고파는 장터 역할이 핵심이다. 개인이 비싼 3D프린터를 사기는 쉽지 않다. 저가형이 보급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출력 품질은 낮다. 쉐이프웨이즈는 고가 기기를 보유해 3D프린터 출력을 원하는 이들의 수요를 흡수했다.

디지털 설계도를 보내면 제품을 출력해 사용자 집으로 배송한다. 설계도를 장터에 올리면 그 상태로 고객에게 판매 가능하다. 2개의 오프라인 공장을 보유했는데 1개 공장에서 하루 1000여개 출력물이 나온다. 2012년 100만개, 지난해 220만개 생산량을 기록했다. 월간 디자인 등록은 10만개, 3D프린터 제품을 파는 개인 상점은 1만3500개에 이른다. 제품은 113개국에 배송된다. 숫자로만 보면 이미 어느 정도 규모를 확보한 기업이다.

-정진욱=쉐이프웨이즈를 추천하는 이유는?

▲최환진=저가를 중심으로 3D프린터 보급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대중화와는 거리가 있다. 하드웨어 진입 장벽이 있어 아이디어를 가진 사용자 접근이 쉽지 않다. 쉐이프웨이즈는 장비를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모은다. 사용자가 디자인과 재질 등을 쉐이프웨이즈 홈페이지에 입력하면 그 자리에서 시제품 제작비용이 나온다. 다양한 장비를 구비하고 있어 간단한 장난감부터 산업용 제품 제작도 가능하다. 출력 대행을 넘어 3D프린터 장터 역할을 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어 평가도 받고 상황에 따라 수익도 만든다.

-정진욱=쉐이프웨이즈의 수익모델은 무엇인가.

▲최환진=제품 제작비와 판매 수수료다. 사용자가 올린 상품이 판매되면 3.5% 수수료를 받는다.

-정진욱=일반인이 복잡한 3D프린터 설계도를 만들어 제품을 출력하기는 쉽지 않다. 잠재 사용자가 너무 적지 않은가.

▲최환진=일반이 쉽게 사용할 만한 제작도구가 이미 많다. 구글이 제공하는 스케이치업은 웹브라우저에서 3D 입체물을 회전하면 손쉽게 자르고 붙이는 게 가능하다. 웹에서 간단하게 작업하고 파일을 저장해 쉐이프웨이즈에 올리면 끝이다. 회사는 일반 사용자를 위한 다양한 제작 툴을 제공한다. ‘3D 틴’ 같은 도구는 별도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도 없다. 대중이 아이디어만 있으면 쉽게 설계도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다.

-정진욱=메이커봇 등 글로벌 3D프린터 제작업체에서 이미 매력적인 저가 제품을 내놓고 있다. 저가 제품 보급이 늘어나면 경쟁력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최환진=저가로 간단하게 출력할 것과 고가로 정밀하게 출력할 대상이 다르다. 고급형 3D프린터 고가 제품은 수억원을 호가한다. 개인이 구비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똑같은 디자인이라도 저가와 고가 출력은 품질이 엄연히 다르다. 같은 디자인으로 품질을 높여 다른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고가 출력이 저가보다 비싸지만 개인이 한, 두개 제품을 출력하는 건 큰 부담이 아니다. 저가 보급이 늘어나도 경쟁력은 유지된다.

-정진욱=3D프린터 출력물이나 설계도 거래는 아직 초기 시장이다. 향후 성장 가능성은.

▲최환진=미국의 유명 핸드메이드쇼핑몰 ‘엣시(Etsy)’가 최근 3D프린터 제품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표준화된 제품이 아니라 독특하고 개성 있는 제품을 찾는 욕구는 어느 곳이나 존재한다. 3D프린터로 만든 아이디어 제품이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쉐이프웨이즈는 이미 제품을 사고파는 장터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 장터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인프라와 결합했다. 쉐이프웨이즈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개인샵이 이미 1만개가 넘는다. 쉐이프웨이즈 자체가 3D프린터 상품 전문 커머스로 진화할 수 있다.

-정진욱=국내도 3D프린터가 이슈지만 저변이 넓지 않다. 쉐이프웨이즈 같은 접근이 성공할 수 있을까.

▲최환진=국내에도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고 싶은 사람이 많다. 현재는 3D프린터 제조사만 활동하고 있는 형편이라 개인이 별도 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제품을 만들기 힘들다. 실물을 배제한 디자인 설계도 거래가 일반적이다. 설계도에 실물을 더하면 부가가치가 높아진다. 이런 부가가치를 원하는 수요는 충분하다. 나름의 기회가 있다고 본다.

-정진욱=고가 장비를 다수 보유해야 한다. 자금 없는 스타트업이 택하기 힘든 아이템 아닌가.

▲최환진=주변에 놀고 있는 3D프린터 장비가 생각보다 꽤 많다. 중기청 운영 장비도 있고 대학 실습용 장비도 있다. 충분한 활용도를 못 찾고 있는 장비를 엮어 도전해 볼 수 있다. 3D프린터 제조업체와 제휴하는 방법도 있다. 제조업체는 제품 생산 외 출력대행이나 상품 거래 장터란 그림을 없다. 3D프린터로 제품을 만들고 싶은 엔지니어·디자이너와 장비 보유자 사이에 단절된 고리를 연결하는 것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정진욱=출력 대행 외에 다른 가능성이 있는 분야가 있다면.

▲최환진=후처리 분야다. 출력된 제품을 도색하거나 증착해 제품 가치를 높인다. 3D프린터로 할 수 없는 작업으로 후처리는 또 다른 시장이다. 이쪽에도 분명 기회가 있다.

-정진욱=쉐이프웨이즈 모델로 창업하려는 스타트업에 조언을 부탁한다.

▲최환진=시장 수요를 증명해 초기 투자를 유치하면 좋다. 단순 출력대행이 아니라 장터가 핵심이라면 중요한 건 콘텐츠다. 독특하고 멋진 디자인이 모이게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장비를 갖춰야 한다. 후처리 산업도 연계해야 한다. 누가 이 모든 걸 매끄럽게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매력 있는 콘텐츠가 모이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자신의 제품을 테스트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진욱=쉐이프웨이즈는 어떻게 성장할까.

▲최환진=지역 확장으로 영향력을 높인다. 직접 설비를 갖추도 되고 다양한 지역 업체와 연계해도 된다. 온라인에서 주문받아 신청자 인근 설비업체에 생산을 위탁한다. 현재는 미국 외 지역에서 제품을 받아보는데 2주 이상 걸린다. 배송시간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쉐이프웨이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제품이 모이면 충분히 커머스로도 발전할 수 있다.

-정진욱=쉐이프웨이즈 같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의향은.

▲최환진=출력대행에 장터는 기본, 후처리 산업을 연결할 수 있다면 70% 이상이다.

-정진욱=쉐이프웨이즈가 시사하는 것은.

▲최환진=사람이 몰려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장비를 제공하고 장터로 엮은 게 주효했다. 연결고리를 정확히 집었다.

-정진욱=이번 회를 끝으로 시리즈를 하차한다. 소회 부탁한다.

▲최환진=기회는 새로운 시장에 있다. 너무 트렌드만 쫓지 말고 작은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미래를 앞당기는 흐름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최환진 대표가 평가한 쉐이프웨이즈

쉐이프웨이즈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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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최환진]<33> 3D프린터 제품 사고파는 `쉐이프웨이즈`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