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소장 "게임 중독을 아들 살해한 직접 동기로 볼 수 없다"

PC방에 가려고 2살 난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것으로 알려졌던 피의자가 당초 진술과 달리 질식사시킨 것으로 확인되면서 게임 중독을 문제 원인으로 지목한 경찰과 언론에 비판이 일고 있다.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은 16일 오전 SBS 라디오에 출연해 “아들을 살해한 직접적인 살해 동기를 게임 중독으로 볼 수 없다”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표 소장은 “정신의학과 범죄심리학 등에서 많은 사례를 연구해봤지만 게임중독이 범죄를 일으키거나 살인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증거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게임중독을 직접적인 살해 동기로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살인한 사람이 진술 중 ‘게임하러 가야 하는데’라고 진술한 것을 토대로 상관관계가 있다는 정도”라며 “학대를 당했거나 열등감, 분노, 사회 부적응, 불만 등이 상당히 강하게 잠재된 사람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표 소장은 과몰입과 중독은 학술적 이론적 차이가 있어 게임에 ‘중독’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은 섣부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약이나 알코올의 경우 중독이 되면 의존증이 생겨서 금단증상이 나타나는데 게임에 ‘중독’ 기준을 부여하는 것은 정신의학과 심리학에서 논란이 많고 정식 학술 연구에서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표 소장은 “아동학대 사건은 양육 기술이나 태도, 또는 여건이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부모가 된 경우, 어릴 적 학대당한 경험, 경제적 문제, 가정불화, 알코올 중독, 다른 정신적 장애 등의 요인이 더 큰 문제로 작용한다”며 “어떤 문제든 아동에 대해 정상적인 관심과 애정을 쏟지 못하고 양육할 수 없는 사람이 부모인 경우를 어떻게 찾아내고 예방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 동부경찰서 역시 범행 동기를 게임 중독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PC방에 자주 다닌 것은 맞지만 정신적 문제는 없었고 무직에 따른 생활고, 아내와의 별거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원인으로 게임 중독을 꼽은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문화콘텐츠 전문가들과 게임 업계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게임 과몰입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살해의 직접적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며 “게임 때문에 개인이 잘못된 인격을 형성했다고 보기에도 정확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회적 돌봄 장치와 개인의 인격 문제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며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게임을 문제 원인으로 지목하는 현상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