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개봉작]아버지의 이메일

솔직함이 전해주는 힘이 이 영화가 가진 총재산이다. 진솔한 고백은 분명히 관객의 가슴에 송곳처럼 파고들 강력한 무기다.

정든 황해도를 등지고 열다섯 나이에 남한에 도착한 아버지. 맨주먹으로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사기를 당한다. 어머니와 결혼하고 나서 돈을 벌기 위해 베트남에도 가고, 사우디아라비아에도 다녀오지만 큰돈을 벌진 못한다. 이민을 떠나려고도 하지만 연좌제 때문에 그마저도 어려워진다. 아버지는 점점 술에 의지하고 가족들은 점점 그와 멀어지기 시작한다.

영화는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뉴스 클립과 가족 인터뷰, 전문 배우와 함께한 재연 등으로 이뤄졌다. 감독은 아버지가 죽기 전에 보낸 43통의 이메일을 토대로 그의 불행했던 인생과 엄혹했던 시대를 녹여서 전해준다.

[금주의 개봉작]아버지의 이메일

한 가족의 내밀한 가정사 속에 담긴 드라마의 힘이 ‘픽션’의 그것보다 훨씬 강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증명한다. 주변에 친구 하나 없이 오로지 술과 벗하면 살아온 아버지의 삶에 분노하다가도, 자식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으려고 하수도에 떨어진 틀니를 줍고자 오물이 뒤범벅된 하수도로 들어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은 슬픈 정서를 건드린다. 다큐멘터리 영화 ‘아버지의 이메일’은 오는 4월 24일 개봉한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