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 최적의 콘텐츠’
요즘 웹툰을 논할 때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웹툰은 2003년 포털 다음이 ‘만화속 세상’을 시작한 후 10년을 넘어서면서 새로운 성장을 모색 중이다. 바로 해외 진출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문화 콘텐츠 ‘웹툰’이 세계 독자들을 찾아 나섰다. 네이버, 다음, NHN엔터테인먼트, 타파스미디어, 레진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업체가 경쟁에 가세했다. 지역도 망가의 원조 일본을 비롯해, 영미권과 중화권까지 폭이 넓다. 우리가 만들어낸 만화 콘텐츠 웹툰을 세계에 알리고 이를 통해 국제적인 콘텐츠로 키운다는 야심이다. 게임과 드라마, 음악에 이어 K툰의 시대가 열릴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웹툰, 미국·중국·일본 등 세계시장 노크
최근 국내 기업 간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곳은 영미권이다. 영화 등 부가시장을 포함한 미국 만화 시장은 3조3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시장이다. 유료화 수익모델이 마련되면 추가적으로 본시장보다 훨씬 큰 부가시장을 노릴 수도 있다.
네이버는 최근 웹툰의 영미권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4억 가입자를 확보한 라인을 활용해 영어로 번역한 웹툰을 하반기부터 서비스한다는 방침이다. ‘라인 웹툰’이란 브랜드도 영어와 중국어로 시작한다. 미국, 영국, 호주, 중국 등이 타깃이다. 언어사용인구로 보면 무려 15억명에 이른다. 네이버는 이를 위해 해외 시장별 인기장르를 분석하고, 각 언어권 시장에 선보일 작품 선정과 번역을 진행 중이다. 라인으로선 웹툰이란 콘텐츠를 활용해 가입자 기반을 넓힐뿐 아니라 유료화 모델을 통해 수익까지 확대할 수 있는 기회다.
다음은 지난해부터 타파스미디어와 손잡고 미국에서 웹툰 서비스를 전개 중이다. 타파스틱에는 한국 웹툰 50여편이 소개돼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는 서비스 편수를 적극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타파스틱도 하반기부터 새로운 수익모델을 장착하고 향후 웹툰 부가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만화 강대국이라 불리는 일본은 스마트폰 보급 확대가 늦어져 디지털 만화시장 성장이 지연되면서 최근에야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기업이 주목하는 곳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웹툰 유료화 모델을 성공시킨 레진코믹스가 다음달 일본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게임기업 NHN엔터테인먼트도 일본 시장 본격 진출을 노린다. 두 기업 모두 국내 웹툰 서비스를 일본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일본 전자 만화 시장은 지난해 1조원 규모로 ‘코믹 워커’ ‘망가박스’ 등이 디지털 만화시장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왜 해외로 눈길 돌리나
국내 기업이 해외에 관심을 돌리는 것은 우리의 독특한 웹툰 콘텐츠가 해외에서도 충분히 어필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 웹툰의 가장 큰 특징은 세로 스크롤이다. 세로 스크롤은 한국의 빠른 인터넷 환경에 맞게 발전된 독특한 형식이다. 상대적으로 인터넷 속도가 느린 영미권에서는 좌우로 클릭해 넘기는 형태의 디지털 만화가 발전해온 것과 차이를 보인다.
화면을 아래로 내리면서 보는 방식은 궁금증을 자아내고 글의 매력에 빠지게 하는 요인이다. 세로 스크롤에 반전 연출이나 플래시 입체효과 등을 도입해 깜짝 효과를 더해주기도 한다. 또 배경음악 삽입으로 드라마나 영화에 버금가는 극적인 재미를 준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적합하게 줌인·아웃, 페이드인·아웃 영화적 기법까지 활용 중이다. 그만큼 극적인 요소가 독자를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영미권 출판 만화의 채색과 달리 완전 컬러 작업도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이다.
김창원 타파스미디어 대표는 “해외 작가와 독자가 한국 웹툰에 가장 놀라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빠른 작업 속도”라며 “기본 주 1회 연재, 70컷 이상의 분량을 소화해내는 것에 혀를 내두른다”고 밝혔다.
풍부한 이야기 소재와 작품 수도 국내 웹툰의 경쟁력이다. 웹툰 시장은 매출만 커진 게 아니라 플랫폼을 중심으로 새로운 생태계가 구축됐다. 웹툰 플랫폼은 스타 작가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작가 의존도 완화 및 지속적인 콘텐츠 확보를 위해 작가 인큐베이팅 시스템인 도저코너를 만들어 십만명이 넘는 작가 지망생을 확보했다. 창작자 층이 두꺼워 소재와 내용이 풍부해지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무료 서비스를 할 때 한국 시장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무료에 익숙해진 포털 독자들에게 유료 시스템을 정착시키려 하자 심리적 저항이 생겼다”며 “처음부터 마니아 독자들을 대상으로 유료 서비스를 실시해 매출과 수익이 발생하고 이를 확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