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4월 3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모퉁이에서 모토로라의 엔지니어인 마틴 쿠퍼(Martin Cooper)는 휴대전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상대에게 자기가 행인들 사이에서 전화를 하고 있노라고 자랑했다. 세계 최초의 휴대전화 통화였다. 그러나 상대는 기분이 유쾌하지 않았을 것이다. 통화 상대는 바로 그의 경쟁자인 AT&T의 연구원이었기 때문이다.
이때 휴대전화 시제품은 무게가 1kg에 30분 통화를 위해 10시간의 충전이 필요했다. 그것이 상용화되어 일반인들의 손에 들어온 것은 그로부터 10년 뒤인 1983년이었다. 우리나라는 30년 전인, 1984년 자동차에 장착되는 카폰을 시작으로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에 이르러 휴대전화가 개통됐다. 당시, 휴대전화는 여전히 무거웠고 자동차 한 대 값에 버금가는 고가의 물건이어서 지금과 같은 대중화를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늘날 휴대전화의 무게는 10분의 1로 줄었고, 달리는 지하철에서도 무선인터넷이 될 만큼 촘촘하게 통신망이 깔렸다. 우리 이동통신 보급률은 100%를 넘어섰고, 스마트폰은 쓰지 않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흔하게 됐다. 이동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1992년 최초의 문자메시지가 보내진 뒤 22년이 지난 지금은 대용량의 데이터도 수 초 내에 전송이 가능해졌다.
이 같은 기술적 발전과 함께, 사람들이 이동통신을 사용하는 용도가 변했다. 더 이상 음성통화나 문자메시지 발송만이 주된 목적이 아니다. 휴대전화를 통해 쇼핑을 하고 회사 업무를 보기도 한다. 쇼핑몰에서 스마트폰으로 프로야구를 시청하고, 지하철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도 가능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월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무선으로 오고가고 있으며, 이중 동영상과 멀티미디어의 비중은 55%를 차지해 무선을 통한 대용량 콘텐츠 활용이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한편, 이동통신에 사용되는 단말기도 휴대전화에서 태블릿, 안경, 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심지어 기기들끼리 통신망에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이른바 사물인터넷(IoT)이 확대되고 있다. IoT로의 이행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미 스마트 시계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고,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기업들은 자동차 회사들과 손잡고 커넥티드 자동차를 실현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머지않아 손목시계, 자동차를 비롯해 TV,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통신망에 연결되어 스스로 정보를 주고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
단지 이동하면서 통화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출발한 이동통신은 보이지 않는 전파를 이용해 시간과 공간을 넘어 사람들이 소통하고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부터 스마트워크와 같은 근무환경에 이르기까지 사회 곳곳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산업적으로는 다양한 모바일 기기와 애플리케이션 시장 등 새로운 ICT 생태계의 바탕이 되고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에 이동통신이 태동한지 30년이 되는 해다. 그러나 이 같은 이동통신의 성장사와 사회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 산업에 대한 일반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통신사업자들에게는 과도한 마케팅 경쟁에 대한 비판과, 통신비 부담 완화에 대한 요구가 따라다닌다. 이러한 가운데, 통신 산업은 성장 정체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할 상황에 놓여있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부정적 시선들과 과제들은 통신사업자들이 극복해야 할 몫임은 분명하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이동통신을 비롯한 ICT 산업의 향후 비전과 로드맵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있는 것이다. 2G(2세대)시대 이후 이동통신 기술을 선도해왔다는 것에 우리는 너무 안주해 왔는지 모른다.
이제는 이동통신과 연관된 ICT 생태계까지 시각을 넓혀, 우리의 위치를 다시 살펴볼 때이다. 정부나 관련 업계는 당면한 현안도 중요하지만, 이동통신 30돌을 맞아 향후 이동통신과 ICT 생태계에 대한 거시적인 구상을 다듬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해본다.
설정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상근부회장 12jss@kto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