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폭력적인 영상물이 등장하는 게임도 현실에서 폭력적 행위를 유발하지는 않는다는 심리학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옥스퍼드 대학, 로체스터 대학, 게임업체 이머시브가 공동으로 진행한 ‘게임과 행위의 상관관계 심리학’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보고서는 ‘콜 오브 듀티’ ‘그랜드 데프트 오토’ 같은 전투·살육형 게임 보다 오히려 테트리스·퍼즐 등 어려운 게임이 현실에서 공격성에 더 연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공격적인 사고와 행위가 게임 콘텐츠로부터 생겨 나지는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게임 속 영상 콘텐츠가 현실 속 유사 행위로 이어질 것이란 상식을 뒤집는 연구 결과다. 국내에서도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이 두 살난 아들을 살해한 아버지의 직접적 동기가 게임 중독이 아니며 게임이 살인의 증거라고 볼수 없다고 전일 지적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오히려 어려운 ‘테트리스’ 라운드에 실패해 좌절한 사용자가 ‘기어스 오브 워(Gears of War)’에서 1시간 동안 살육에 몰두했던 사용자보다 더 폭력적 성향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그간 유사한 연구를 진행한 다른 조사 기관이 ‘게임’의 효과 진단을 ‘영화’에 비교하는 방식과 동일하게 했지만 게임은 ‘양방향’적 매체라는 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실패를 경험하게 되는 게임 세상에서는 오히려 격분으로부터 해방된다는 것이다.
또 게임과 공격성의 상관관계가 ‘단기적’ 관점에서만 측정돼 왔다는 점도 꼬집었다. 일상적 출퇴근 상황에 빗대면 교통체증으로 운전 도중 화가 난 회사원이 출근 후에 괜찮아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란 것이다. 매일 화내면서 출퇴근하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적의를 가진 사람이 되진 않는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어려운 게임에서 감정이 격해진다고 분석했다. 앤드루 피지빌스키 옥스퍼드 대학 경험심리학자는 “10분간 맞지도 않는 피스가 내려오는 테트리스를 한다면 인간성과 관계없이 동요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