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10곳 가운데 7곳이 정년 60세 의무화법 시행에 대비하기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303개 기업(대기업 94곳, 중소기업 209곳)을 대상으로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른 기업애로 및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72.6%가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한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해 임금피크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답했다고 17일 밝혔다.
‘현행 임금체계를 조정하지 않고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면 향후 인건비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도 67.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정년 60세 의무화법은 2016년 1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며, 이듬 해인 2017년 1월 1일부터는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대한상의는 임금과 생산성을 일치시키는 임금체계 도입이 가장 바람직하나 우선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중장년층의 고용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기업 상당수가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증가하는 구조에서 임금체계 개편이 없는 정년연장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정년 60세 의무화 이전에 현 임금체계의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금체계가 조정되지 않은 채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면 청년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기업의 56.5%는 ‘신규직원 채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보완적 임금피크제 도입을 검토 중이지만 빠른 확산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피크제 도입 시 근로자 과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이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점 때문이다. 상의 조사에서도 43.2% 기업이 임금피크제 도입 시 노조나 근로자가 ‘반대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아 정년 연장은 필요하지만 지난해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면서 임금체계 개편은 함께 논의되지 못했다”며 “정년 60세가 실질적으로 지켜지고 중장년층에 대한 고용 안정이 이뤄지려면 노사가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