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의 금융업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알리바바, 페이스북, 구글 등 공룡 IT기업들의 금융업 진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던 이들은 대표적인 레드오션이던 ‘금융업’을 조준했다. 현금 흐름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길목에 서서 기존 금융업계가 주지 못한 혁신으로 고객을 유인, 회사의 덩치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IT기업, 전통적인 레드오션 ‘금융’을 겨냥하다
이미 모바일 결제 시장은 구글 월렛, 삼성 월렛, 국내 카카오 뱅크 월렛 등 IT기업의 격전지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여기에 최근 알리바바, 페이스북 등 공룡 IT기업들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8월 산하 온라인 결제 자회사인 ‘즈푸바오(알리페이)’를 설립해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인 ‘위에바오’를 출시했다. 올해 3월 위에바오의 수탁고는 5000억위안(86조4000억원)에 달했다. 현재 알리바바는 중국 내 모든 금융기업을 제치고 최대 MMF 판매기업에 등극했다.
이 회사는 이어 온라인 펀드 상품인 ‘위러바오’를 잇따라 출시했으며 이달 초에는 다양한 종류의 온라인 금융상품을 종합적으로 판매하는 창구인 ‘자오차이바오’ 사이트를 열었다.
텐센트 역시 금융업 진출에 속도를 붙인다. 텐센트는 이달 자사 메시징 앱 위챗에 펀드 투자 기능을 더하고 현지 펀드운용사 차이나AMC와 협력해 대중이 투자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출시했다. 텐센트는 이를 발판으로 온라인 금융상품 중개업 진출을 타진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최대 가전유통업체 선잉도 대중이 투자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선보였다. 선잉은 본격적인 은행업 진출을 위한 사전 준비에 착수했다.
페이스북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최근 아일랜드중앙은행은 페이스북을 전자화폐 취급기관으로 조만간 승인하기로 했다. 승인되면 페이스북은 유럽권에서 전자화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국제송금서비스인 ‘아지모’와 ‘모니테크놀로지’ ‘트랜스퍼와이즈’ 등과 협업을 논의하고 있으며 향후 유럽 외에도 신흥 시장에 금융업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조던 맥키 양키그룹 애널리스트는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들이 외부 금융 기업의 도전을 받고 있다”며 “페이스북이 전자화폐에 관심을 갖는 것은 구글과 아마존이 결제 시장에 나선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규 스타트업 역시 금융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스라엘의 내비게이션 스타트업 ‘웨이즈’를 만들었던 우리 레빈은 최근 금융 서비스 수수료를 줄일 수 있는 기업을 창업해 화제를 모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영국과 아일랜드의 ‘핀테크’ 스타트업에 총 7억8100만달러(약 8200억원)의 투자금이 몰렸다고 보도했다. 핀테크란 ‘파이낸셜’과 ‘테크’를 합친 신조어다.
◇가상화폐 시장 주인은 누구?…‘보안’ 해결은 남은 과제
IT기업이 금융업에 욕심을 내기 시작한 것은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로 은행, 상거래 등 결제 플랫폼이 오프라인 창구, PC 등에서 모바일로 넘어오면서부터다. 전통적인 금융 기업의 ‘모바일화’ 속도가 늦어지면서 그 틈을 IT기업이 파고든 형국이다.
실제로 온라인 결제 시장은 그 성장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 미국의 대형 은행 수입의 25%는 결제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대표적 전자상거래 기업 이베이가 인수한 전자결제기업 ‘페이팔’은 일찌감치 이 시장에 진출한 선두주자다. 지난 해 기준 페이팔의 고객 수는 1억4000만명에 연매출은 66억달러에 달한다. 글로벌 온라인 쇼핑 결제액의 약 18%를 차지한다.
이들 IT기업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시장은 ‘가상화폐’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물 화폐보다 신용카드, 온라인 상품권 사용이 더 잦아진 지금 전 세계 돈의 흐름을 이들 기업이 데이터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가상화폐의 규모가 국내만 약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앞으로 지금보다 규모나 사용빈도 면에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IT 및 비즈니스 모델이 발전하고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이종 산업간 융합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 이를 연결할 가상화폐 사용량이 더욱 많아진다는 진단이다.
한편 중국 SNS 업계 관계자는 “IT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은 고객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하나의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며 “한 곳에서 SNS, 이메일, 게임, 쇼핑에 금융결제 및 자산관리까지 해결되는 편의서비스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안’과 ‘프라이버시’ 문제 해결이 담보되지 않는 한 소비자들이 IT기업을 믿고 돈을 맡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