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다가온 녹색기후기금(GCF)시대, 준비 안 된 한국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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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기후기금(GCF)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GCF는 내달 송도에서 열리는 7차 이사회를 통해 사업 모델를 위한 최종 합의를 도출한다. 지난 2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6차 이사회가 GCF 사업 모델의 재원 배분 원칙과 사무국 운영 규칙 등 기본적인 것을 정했다면 이번 이사회는 GCF가 앞으로 국제기금을 통해 벌일 사업의 성격과 모델을 결정한다. 2020년부터 1000억달러 이상 조성되는 대형 국제기금이 추진하는 세계 녹색사업 프로젝트 경쟁의 첫 막이 올랐다.

국제개발금융 조달시장 규모와 한국비중
국제개발금융 조달시장 규모와 한국비중

우리 정부는 상반기까지 GCF 사업형태를 구체화하고 하반기에 재원 조성방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4월에는 사업모델 논의를 촉진하고 가능한 조기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에서 비공식 이사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더 이상 협의가 아닌 결정을 위한 회의를 진행해 연내 △적응재원 △대안적 재원 △규제와 정책 등 환경조성 △금융기관과 다자개발은행 역할 등 논의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우리 정부가 GCF 활동 개시에 심혈을 기울이는 데에는 앞으로 국가산업의 미래 먹거리 창출과 연관이 크기 때문이다. GCF는 개발도상국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성장에 있어 선진국이 자금지원을 해주는 기구다. 결과적으로 GCF가 2020년 목표로 하는 1000억달러 기금은 같은 규모의 신규 개도국 녹색 사업 등장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개도국 녹색사업 면모를 보면 대다수 프로젝트가 물과 폐기물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만성적인 물 부족 현상과 그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상수도 시스템 부재, 무분별한 폐기물 처리에 따른 환경오염과 질병 발생은 개도국들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하는 숙제다. 개도국 플랜트 시장에서 석유화학과 발전플랜트 프로젝트 못지않게 해수담수화, 수로공사, 폐기물 선별·처리·에너지화 프로젝트가 점점 많아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모두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분야다.

GCF 사무국을 유치한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기금의 운용방법과 발굴 프로젝트에 대한 국내기업들의 참여에 기대를 걸만한 상황이다.

[이슈분석]다가온 녹색기후기금(GCF)시대, 준비 안 된 한국기업

◇국제기금 활용에 소극적인 한국 기업

GCF 유치 당시 많은 경제전문가는 경제적 부흥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기구 입성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신규 일자리 창출, 대규모 기금 형성에 따른 금융시장 활성화, 국내 기업의 녹색시장 진출 가속화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긍정적 전망과 달리 이번 GCF 유치가 국내 기업의 국제관계 역량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신중한 관측도 제기된다. 그동안 국내기업들은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 국제기구 활용 성적이 극히 저조했기 때문이다.

2012년 기준 국제기구 조달시장은 298억6000만달러 수준이지만, 국내 기업이 이 기금의 프로젝트 수주 비율은 2.03%에 그치고 있다. 2008년(1.78%)부터 수주비율이 조금씩 커져 2011년 4.41%까지 올라갔지만 5%대를 넘지 못하고 다시 곤두박질 쳤다.

우리나라는 개도국을 벗어나 선진국으로서 위상을 고취하기 위해 이들 국제기구에 상당량의 기금을 기여하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은 관련 기금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경우는 우리나라 분담금 비중이 5.05%이지만 사업 수주비중은 1.20%에 불과하다.

국내기업의 국제기구 사업 참여가 저조한 것은 진입장벽이 높다는 이유가 크다. 다른 국가가 지원한 기금이 모여 추진되는 사업인만큼 국제기구 프로젝트 입찰 경쟁은 치열하다. 또 사업 진행에 있어 기금 사용에 대한 감사와 관리 등 일반적인 프로젝트보다 진행이 다소 느린 부분도 있다. 하지만 해외자본이 이제 막 들어가기 시작하는 초기 개도국 시장 진출 면에서는 국제기구 프로젝트가 높은 수익성과 대금 수령이 확실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국제기구 사업경험 부재는 GCF 기금 사업에서 한국기업 역할의 기대치를 낮게 한다. 우리나라는 GCF를 유치했지만, 직접지원 수혜국 대상은 아니며, GCF가 국내에 직접 투자할 가능성도 없다. 그동안 국제기구 조달시장에 보여 왔던 관심 부족, 해외사업 투입인력 부족, 경험 부족, 개발대상국 발주처 정보 부족, 발주서류, 입찰서류, 기술제안서와 가격제안서 작성 경력 부족 등의 문제가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에서도 이런 문제는 드러나고 있다. GGGI는 우리나라가 주도해 결성한 녹색성장지원 조직이다. 초기에는 연구소라는 명칭으로 그 사업을 시작했지만 국제기구의 지위를 인정받아 개도국 녹색산업 모델 발굴에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도했고 본부 역시 국내에 있지만, GGGI의 사업에 대한 한국기업의 성적은 낙제점이다.

2012년 기준 한국의 GGGI 기금 기여는 1000만달러 규모로 모든 회원국 중 가장 크지만, 한국기업의 참여는 포스코의 아랍에미리트연합 마이크로그리드 사업 정도다. 기구의 출범과 성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기금 지원도 가장 많이 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사업 참여를 위한 적극성이 없다면 한국기업의 시장개척으로 직결되지는 않는 셈이다.

◇한국의 노하우가 필요한 국제 녹색시장

국제기구 조달시장은 최근 기후변화대응에 대한 세계 관심이 커지면서 녹색분야 사업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국제기구가 지원 대상으로 꼽고 있는 개도국 정부들은 녹색성장에 있어 한국의 모델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서는 국제기금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다.

빠른 경제성장과 이에 따른 환경오염, 그리고 녹색성장까지 단기간에 모든 경험을 하고 이를 극복한 한국의 사례는 개발도상국들이 자국에 도입하려는 벤치마킹 모델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국제기구와 마찬가지로 GCF도 협력대상국 주도의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만큼, 한국 기업들이 GCF 개발협력대상국과도 긴밀한 네트워크를 수립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국제기구 사업은 신흥 개도국 시장을 진출할 수 있는 기회다. 기업 단독으로 교류가 없던 신흥국에 진출하는 일은 어렵지만 국제기구 사업을 이용하면 수주실적 확보와 함께 현지 정부와 바이어간 네트워크 확보의 부수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대기업을 선두로 중견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협력대상국에 녹색사업을 전파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는 공적기여로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민간은 해외시장을 확대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GCF 유치 당시 가장 큰 경쟁국이었던 독일이 최근 GCF 구성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보 드 보어 GGGI 사무총장은 국제기구 사업에 한국기업의 참여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와 한국기업들은 빠른 경제성장 속에서도 성공적인 녹색성장 모델을 구축했다”며 “개발도상국들이 요구하는 성장모델의 경험을 갖춘만큼 국제기구 사업에 역할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GG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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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