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일본 등 환경 선진국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자원순환 사회를 위한 입법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013년 7월 최봉홍 의원이 ‘자원 순환사회 전환 촉진 법안’을 대표 발의한 후 이와 유사한 4개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우리나라 폐기물 관리 정책은 단순 처리에서 안전 처리를 거쳐 재활용 촉진으로 변화돼 왔으며 지금은 자원 순환으로 정책 목표 전환이 이루어진 시점이다.
그러나 현행 자원순환 법률 체계는 폐기물 처리와 품목별 재활용 중심으로 구성돼 경제사회 시스템 전반을 자원 순환형으로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자원순환 관련 법률을 제정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자원 순환의 경제적, 사회적 토양을 마련하는 작업이 추진 중이다.
자원순환 관련 법안이 제정되면 폐기물 정보를 공유하는 순환자원 거래소가 하나의 큰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폐기물 순환으로 천연자원 투입량을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배출자와 처리자, 수요자와 공급자 간 ‘정보공유’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순환자원거래소는 지난 2012년 12월 문을 열고 아깝게 소각 또는 매립되는 재활용 가능한 자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계해 주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4만4000여 폐기물 배출 사업장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49만건 거래가 이뤄져 정부3.0 성공사례이자 자원순환 사회 패러다임 전환에 톡톡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에너지의 97%, 광물자원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우리 현실에서 폐기물의 선순환 거래를 빠르게 정착시켜 자원순환 사회로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할 점이 있다. 재활용 시장은 상대 거래(매칭·Matching)가 중심이 돼 있으나 앞으로 선물 시장으로 변화해 나가야 자원순환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재활용 업체는 재활용 제품 수요자가 요구하는 가격과 조건 등에 맞춰 재활용 제품을 납품하는 구조로 돼 영세성을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다.
현행법상 사업장 폐기물은 배출자가 소각, 매립, 재활용 등 처리 방법을 결정해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폐기물의 재활용 가능 여부 판단은 배출자가 아닌 재활용 사업자가 해야 하며, 이를 위해 폐기물 정보를 순환자원거래소에 공개해 전국 재활용사업자가 재활용 가능 여부를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한 가지 긍정적인 부분은 2013년 5월 개정해 공포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업의 폐자원 회수 의무가 강화돼 재활용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시행 예정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본떠 재활용 회수 의무가 있는 기업에서 재활용 실적을 초과해 달성하면 실적이 모자란 기업과 거래할 수 있는 재활용 실적 거래제 도입도 검토해 볼 일이다.
22일 오늘은 ‘지구의 날’이다. 오염된 지구의 심각성을 세계인이 공유하고 개인과 사회의 무분별한 자원 소비에 경각심을 울리기 위한 취지다. 잠시 들렀다 가는 손님인 우리가 원래 주인인 지구를 걱정하게 된 것은 일종의 난센스다. 자원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고, 건강한 자원순환사회를 만드는 것은 잠시 빌려 쓰고 있는 지구를 위해 우리가 반드시 해내야 할 사명이다. 치열한 자원순환 입법 전쟁이 기쁘고, 반가운 이유다.
이시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leesj@kec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