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장착 의료체크검사기 제조사인 K사는 미국 의료기기박람회 ‘메디트레이드(Meditrade)’에 참가했다. 전시 사흘째 K사를 비롯한 다수의 박람회 참가기업은 미국 T사의 특허침해소장을 받았다. K사는 즉시 미국 특허침해소송 전문변호사 S를 섭외해 쟁점 특허 분석 및 본인 검사기의 침해 여부를 문의했다. S 변호사는 쟁점 특허 유효확인과 침해 가능성 결론을 보내왔다. 그는 또 T사가 신생기업으로 쟁점 특허의 미국 특허상표청에 등록된 특허권자가 아닌 사실과, 쟁점 특허가 몇년 전 원발명자로부터 U사에 이양된 후 재등록된 사실을 전달했다. K사는 S 변호사에게 쟁점 특허 심층분석과 무효 가능성 업무 의뢰를 했고, S 변호사는 쟁점 특허의 명세서 불명확성 및 발견된 선행기술들로 인한 진보성 결여로 특허 무효가능 의견서를 보내왔다.
특허괴물(NPE)은 소유한 특허의 실시(제작·사용) 의사가 없이 특허침해 보상만을 주업으로 하는 업체다. 침해보상을 자청할 침해자가 있을리 없기에 NPE는 수입을 늘리기 위해 빈번하게 침해제소를 한다. 사회의 부정적 시각 때문에 NPE는 본인 명의로 제소하기보다 ‘껍데기 회사(shell company)’를 통한 대리제소 전략도 자주 구사한다.
특허등록을 할 때에는 명세서에 글로 명확하게 표현해 기술자들(본사건의 경우에 스마트폰 장착 기술자와 의료체크검사기 기술자)이 특허 발명을 실시할 수 있게 하고, 출원자가 출원일에 알고 있던 특허 발명의 최적실시를 공개해 동일 발명으로 제2, 제3의 특허등록을 못하게 해야 한다. 또 청구항 해석에 가장 중요한 증거인 명세서를 일반인들이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명확하게 기재해 침해 여부를 확연하게 판단하는 것인데, T사의 쟁점 특허는 이 부분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통상의 기술자가 숫자 제한이 없는 관련 선행기술들을 짜깁기해서 쟁점 발명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해당 발명은 20년 시장독점권 특허를 허가받을 정도로 진보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불리한 자료를 K사로부터 받은 T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본인 특허변호사의 침해의견서를 보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합의를 제안했다. S 변호사는 T사의 침해의견서 분석을 했고, 본인의 첫 의견서 안에 이미 T사의 의견서 내용들이 포함 및 분석된 점을 환기시켰다. 또 그는 쟁점 특허가 재등록된 것임으로 K사의 중용권 사용이 가능함을 지적했다.
S 변호사의 두 번째 의견을 받은 T사는 예상 합의액보다 훨씬 적은 액수로 합의를 했다.
모든 게임·전쟁에서 그러하듯 특허침해 분쟁을 시작한 특허권자가 처음부터 본인의 가장 강력한 무기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쟁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은 특허권자의 그런 다음 수까지 예견하고 준비한다.
NPE의 침해소송 기본전략은 선소송, 후타협이기에 제소 후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협상제안을 하는 사례가 많다. NPE는 이미 설명한 소송 남발과 대리제소 이외에 조기 합의, 속전속결 전략을 구사한다. 다수의 피의자를 제소한 후에 한 피의자와 합의해서 선례를 만들고, 이를 남은 피의자들과의 합의에 사용한다. 이런 사유로 박리다매도 NPE의 전략 중 하나다.
합의금액은 당연히 양방 합의인데, 필자는 NPE와의 소송합의의 경우 NPE가 제안한 합의금 액수를 NPE가 동일 특허·쟁점으로 제소한 소송 건수로 나누어서 합의액을 이끌어낸다. 특허권자는 일반적으로 좁은 특허 범위 확장을 위해서 재등록을 하는데, 재등록 이전의 특허 범위는 비침해지만 재등록 이후의 범위에는 침해 판결이 날 수 있는 침해 피의자는 중용권(또는 선사용권)을 사용해 재등록 이전의 침해 관련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는 것이다. 즉 K사가 재등록된 T사의 특허에 중용권 사용을 하면 피해보상액이 내려가기 때문에 중용권은 합의협상에 강한 레버러지로 활용할 수 있다.
법무법인 바른·미국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 peter.shin@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