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메릴린치 "한국기업 올해 매출성장 낙관, 이익실현은 부정적"

국내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매출 신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금융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한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22일 국내 76개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재무담당임원 등을 상대로 지난 1∼2월 향후 경제전망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은 인식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응답한 우리나라 기업 CFO 76명 중 82%가 매출 증가를 예상했다.

그러나 한국 CFO들은 영업 이익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들 중 이익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라 예상한 CFO는 46%에 불과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균(60%)을 14%포인트 하회한다.

신진욱 BoA메릴린치 서울지점 은행 대표는 “양호한 시장상황 덕분에 국내 기업들의 매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매출 신장을 수익성으로 연결시키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CFO들의 매출·이익 전망이 엇갈린 까닭은 국내 금융시장의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응답자의 47%는 금융시장 리스크를 기업활동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꼽았다. 특히 유동성(49%)에 대한 우려가 가장 높았고, 환율리스크(22%), 금리변동(14%) 등도 위험요인으로 지적됐다.

CFO들은 금융시장 외에도 기업운영(26%), 경기둔화(18%), 규제·준법 감시(8%) 등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마크 우셔 BoA메릴린치 서울지점 대표는 “한국 기업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금융지식이 풍부하고 해외시장 진출도가 높지만 레버리지비율(기업의 타인자본 의존도) 또한 높다”며 “금리 상승 환경에서 이러한 조건은 리스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CFO들은 올해 펼쳐질 글로벌 유동성에 대해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9%에 달하는 응답자가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 재정긴축 등이 우리 금융시장에 가장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한국 CFO는 환율리스크나 선거 등 정치적 변화, 금융상품 관련 규제의 영향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