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적합업종 뜨거운 공방...대-중소기업은 물론 정치권도 가세

중소기업계가 적극적 중소기업적합업종 방어에 나선 데는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제도의 취지를 흔들면서 적합업종 재지정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물밑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2011년 도입된 82개 중기적합업종 재지정 심사가 이뤄진다. 올해 신규 34개 품목 심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최근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규제개혁 분위기에 편승해 중기적합업종을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은 대체로 중기적합업종 확산에 반대 입장이다. 시장경제가 훼손될 우려가 있고 소비자의 효용도 낮아진다는 논리다. 반면에 중소기업은 적합업종을 유지하는 가운데 필요하다면 일부 사후관리와 제도 보완을 하면서 중소기업 활동영역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지정된 82개 중기적합업종 가운데 90% 이상이 재지정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올해 규제개혁 움직임에 발맞춰 중기적합업종을 소위 ‘불필요 규제’로 왜곡하는 일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주장”이라며 “적합업종은 민간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합의해 선정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신규 신청품목 가운데는 보안시스템서비스업과, 시스템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응용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컴퓨터 프로그래밍 서비스업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해가 엇갈린 분야가 다수 포함돼 치열한 논리 공방이 예상된다. 이밖에 슈퍼마켓과 계란도매업, 문구도매업, 국내외 여행사업도 연내 지정 여부가 확정된다. 이해당사자 간 이견이 적지 않은 분야가 다수 포함됐다.

정치권도 중기적합업종을 놓고 공방을 펼치고 있다. 적합업종을 법으로 규정해 ‘권고’가 아닌 ‘의무화’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반면에 통상마찰 소지를 들어 법제화에는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법제화 논의를 떠나 대부분 의원이 ‘중소기업 활동영역 보호’라는 기본 취지에는 대부분 공감대를 갖고 있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본지가 문제를 제기했던 스마트폰 액세서리에 대해서도 관심이 뜨겁다.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스마트폰 케이스와 같은 액세서리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태”라면서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법제화에 나서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동반성장위원회에서도 스마트폰 액세서리 분야에서 적합업종 신청이 들어온다면 시장 상황과 중소기업 활동 상황을 고려해 심사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스마트폰 액세서리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송호창 의원도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국내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규모는 2조원가량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액세서리 사업에 뛰어들면서 중소업체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중기적합업종은 시장 상황과 대·중소기업 간 합의로 이뤄낸 경제민주화의 대표적 산물로 ‘동반성장 문화’ 정착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며 “그동안 성과를 분석하고 다양한 업계 의견 수렴과 미비점 보완을 거쳐 중기적합업종이 건전한 제도로 정착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표] 적합업종 재지정 진행 일정

3월 가이드라인 연구용역

5월~6월 가이드라인 확정

6월~7월 재지정 적합성 검토

8월~9월 재지정 신청 접수

9월~12월 조정협의체 운영 및 재지정 여부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