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스가 SK그룹 내에서 석탄화력 발전 사업을 선점하면서 SK E&S와 미묘한 신경전이 불가피해졌다. 그룹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SK E&S의 석탄화력발전 사업 진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SK E&S는 2006년 광양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를 시작으로 발전 사업에 진출해 지난해 오성천연 가스발전소 상업 운전을 개시하고 장문과 여주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발전 사업을 확장해 왔다. SK그룹에서 발전 사업을 담당하는 유일한 회사다.
이런 상황에서 SK가스가 최근 2GW 규모 석탄 화력발전소 고성그린파워(GGP)에 지분을 투자하고 석탄 화력 발전 사업에 진출했다. SK가스는 또 삼척 화력발전소 개발과 운영권을 지닌 동양파워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SK가스가 동양파워 인수에 성공하면 총 4GW 규모 민간 석탄화력발전사로 등극한다.
SK가스는 SK E&S가 LNG발전을 담당하고 SK가스는 석탄 발전 사업을 추진해 사업상 경합이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SK E&S의 석탄화력 발전 사업 진출을 견제하는 모습이다.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에는 계열사간 사업 아이템 중복을 조정하는 등 장기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전략위원회가 있다. 여기에 계열사 장기 사업전략 수립을 점검하고 동종업종 경합을 지양하는 등 교통 정리를 담당한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룹에는 80개 계열사가 있지만 사업 아이템이 중복되지 않는 이유는 그룹 차원의 조정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례로 SK그룹 내 SK케미칼, SKC, SK종합화학 등 석유화학업체가 여럿 있지만 각각 담당하는 사업은 서로 다르다.
SK그룹에서 석탄화력발전사업 추진은 SK E&S가 먼저 추진했다. 지난해 하반기 STX에너지가 매물로 나왔을 때 SK E&S가 인수전 참여를 검토했다. 하지만 당시 이 회사 최고경영자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부재로 인한 경영 결정 곤란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했다.
결국 SK E&S가 이미 발전사업을 담당하는데다 석탄화력 발전사업 참여 의지를 보였음에도 SK가스가 이를 가로채는 형국이 됐다. 덕분에 SK E&S는 석탄화력발전사업 추진이 힘들어졌고, 발전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묘연해졌다. 전력시장 공급 과잉에 따른 LNG발전 수익악화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SK E&S 관계자는 “장기 발전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석탄화력발전 진출을 검토했다”며 “앞으로는 LNG 사업과 해외 신사업 발굴에 좀 더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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