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리 다음커뮤니케이션 전략투자본부장은 국내 주요 인터넷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업계 전문가다. 라이코스와 SK컴즈, 프리챌 등 인터넷 산업 태동부터 성장을 이끈 대표 기업에서 인수합병과 사업전략을 담당했다. 2011년 다음에 합류한 이후 다음의 투자와 인수합병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김주리 본부장의 출사표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업계에서 사업 전략, 사업 개발, 전략적 투자, M&A 등의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경험을 통해 ‘성공을 위한 공통된 비책은 없지만 실패하지 않기 위한 공통된 팁(Tip)은 있다’는 노하우를 배웠다. 이런 귀중한 경험을 스타트업과 나누는 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 해외의 참신하고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소개해 국내 인터넷·모바일 시장 다양성에 보탬이 되고 싶다.
‘캠코드(Kamcord)’는 모바일 게임 녹화와 공유를 돕는 서비스다. 캠코드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삽입하면 각 게임에 녹화 버튼이 생성된다. 버튼을 누르면 녹화가 시작되고 녹화가 완료된 영상은 한 번의 터치로 유튜브와 페이스북, 이메일 등으로 간단하게 공유된다. 커뮤니티 핵심 콘텐츠인 게임 영상 제공으로 현지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와이컨비네이터가 인큐베이팅한 스타트업으로 마리사 메이어 야후 대표 등 유명 투자자가 몰리는 ‘핫’한 기업이다.
-정진욱(콘텐츠대학부 기자)=서비스는 명확하다. 추천하는 이유는.
▲김주리(다음커뮤니케이션 본부장)=모바일게임은 매년 30% 이상 성장하는 유망 시장이다. 모바일게임은 보드나 육성 게임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캐주얼과 RPG 등으로 장르가 넓어지는 추세다. RPG로 무게 중심이 옮겨갈수록 커뮤니티 비중이 커진다. 게임을 벗어난 사용자는 커뮤니티에 모여 게임 공략법을 공유한다. 공략법은 대개 영상으로 공유된다.
PC버전에는 게임 영상 녹화·공유를 지원하는 서비스가 많지만 모바일은 별다른 서비스가 없었다. 캠코드는 자신의 게임 성취를 자랑하고 공략법을 알고 싶은 사용자 욕구를 해소하는 서비스다. 모바일게임과 더불어 영상 녹화 서비스 역시 성장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230여개 게임이 캠코드 SDK를 쓰고 있다.
-정진욱=게임 영상 녹화는 PC게임에선 흔한 기능이다. 모바일게임에서 이제야 구현되는 이유는.
▲김주리=타이밍 문제다. 모바일게임 초기에 유행한 보드나 육성게임은 딱히 공략이랄 게 없어 영상을 녹화·공유하려는 요구가 없었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PC 수준의 모바일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PC와 게임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성취를 자랑하고 공략법을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있고 게임 영상 수요가 늘고 있다. 모바일게임 비중이 RPG로 넘어갈수록 이런 흐름은 강해진다. 시장 상황에 딱 맞춰 나온 서비스가 캠코드다.
-정진욱=영상 녹화라는 기술이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진 않다. 캠코드의 기술적인 우수성은.
▲김주리=사실 후발 주자가 절대 따라 하기 힘들 정도의 기술력은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진입장벽이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캠코드 나름의 강점을 살렸다. 우선 사용법이 간단하다. 녹화와 공유 모두 버튼 한 번 누르면 끝이다. 캠코드 사이트와 유튜브로 영상을 공유하기도 터치 한 번이면 된다. 녹화 영상도 깔끔하다. 게임을 하며 영상을 녹화해도 게임을 하는데 무리가 없다. 회사는 2년간 꾸준히 서비스를 가다듬었다.
-정진욱=게임에서 커뮤니티가 중요한 이유는.
▲김주리=성과를 자랑하고 공략법을 공유하려면 같은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모이는 장소가 필요하다. 커뮤니티에서 많은 사용자가 게임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게임을 즐기는 방법을 공유할수록 더 많은 사용자가 게임으로 유입되고 또 이탈하지 않는다. 커뮤니티는 사용자 스스로 만들기도 하지만 개발사가 전략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으면 더 좋다. 하지만 모든 개발사가 커뮤니티까지 고려해 게임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이 지점에서 캠코드의 장점이 부각된다. 캠코드는 특정 게임 영상을 유튜브와 자체 사이트에 모아준다. 게임 영상이 한곳에 모이며 저절로 커뮤니티가 만들어진다. 영상이 유튜브 안에서 흐르며 자연스럽게 바이럴도 생긴다. 게임 성공에 중요한 커뮤니티 생성 기능을 갖춘 서비스가 캠코드다.
-정진욱=캠코드는 기존 게임의 가치를 더해주는 서비스다. 캠코드 같은 접근법이 유효한 분야가 또 있을까.
▲김주리=PC에선 활성화됐는데 모바일에선 아직 없는 서비스면 좋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다. ‘차트부스트’라는 서비스 정도가 힌트가 될 거 같다. 차트부스튼 앱 끼리 트래픽 교환을 중개하는 서비스다. 수많은 모바일게임이 등장하면서 노출 자체가 힘든 실정이다. 차트부스트는 앱끼리 크로스마케팅을 연결한다. 트래픽 기반으로 서로의 노출 정도를 정하는 자체 ‘앱 환율’을 운영한다. 당장 마케팅 비용이 없는 기업이 자신의 트래픽을 기반으로 비용 부담 없이 홍보 채널을 확보한다. 치열한 경쟁으로 게임 노출이 힘든 국내 시장에도 적용해볼 만한 아이템이다.
모바일게임 기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도 좋다. 모두가 게임 개발만 바라보고 있는데 게임 개발은 위험부담이 크다. 미국 서부개척시대 모두가 황금을 캐러 달려갔지만 골드러시에 참여하지 않고 부자가 된 사람은 청바지 상인이었다. 최근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업계는 커뮤니티 투자가 활발하다. 모바일게임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시도도 추천할 만하다.
-정진욱=국내 시장에서도 캠코드 같은 접근이 유효할까.
▲김주리=우리나라 게임 이용자도 자랑을 좋아한다. PC 시대 이미 다양한 커뮤니티가 존재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모바일게임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게임 영상 녹화·공유 서비스가 나올 시기다. 국내 게임 업체는 상대적으로 커뮤니티를 고려한 개발에 약하다. 영상 녹화 서비스를 제공하면 충분한 기회가 있다. 대다수 게임이 카카오톡 플랫폼을 타는 것처럼 게임 영상 녹화도 필수 기능이 될 수 있다.
-정진욱=캠코드가 국내에 진출한다면. 직접 경쟁은 불리하지 않을까.
▲김주리=서비스 핵심이 커뮤니티라는 점에서 기회는 있다. 미국에서 뜨는 게임과 한국에서 인기 있는 게임은 다르다. 국내 트렌드를 잘 파악해 유력 게임 영상을 모으는 건 국내 업체가 유리하다. 좋은 게임을 서비스에 엮는 네트워크가 중요하고 이 역량은 국내 업체가 강점 있다.
-정진욱=캠코드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까.
▲김주리=게임은 언어가 필요 없다. 게임 영상은 그 자체로 글로벌한 콘텐츠다. 게임 영상을 모으는 것만으로 거대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게임 특화 유튜브 탄생이 가능하다.
-정진욱=캠코드 같은 접근을 하려는 스타트업에 조언한다면.
▲김주리=초기 성과가 부족하더라도 자체 플랫폼이 중요하다. 페이스북,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체 플랫폼도 함께 가져가야 커뮤니티 힘을 가질 수 있다. 콘텐츠를 쌓기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자체 플랫폼을 포기하지 않기를 조언한다. 좋은 게임 개발사가 서비스를 쓰게 만드는 제휴 역량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정진욱=캠코드 같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의향은.
▲김주리=적어도 서비스는 캠코드 수준은 돼야 한다. 게임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제휴 문제를 풀 수 있는 인재가 있다면 다음과 제휴를 조건으로 73%다.
-정진욱=캠코드가 시사하는 것은.
▲김주리=모두가 게임만 개발할 필요는 없다. 황금을 캐지 말고 청바지를 팔자.
김주리 본부장이 평가한 캠코드
캠코드 현황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