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공감(共感)

[프리즘]공감(共感)

다른 사람의 슬픔과 아픔을 함께 느끼고, 이를 바탕으로 상대방과 소통하는 ‘공감’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 능력의 하나다.

최근 생물학자들은 공감하는 능력이 인류 진화를 설명하는 결정적 열쇠라고 보고 있다. 1990년대 들어 원숭이가 주변 원숭이나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기만 해도, 마치 직접 그 행동을 할 때처럼 몸속의 관련 뉴런이 반응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른바 ‘거울신경체제’에 대한 연구다.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다른 사람의 경험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사실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간의 지적 진보는 간접 학습을 가능케 한 이런 기능에 힘입은바 크다는 설명이다.

효율과 정확성을 향해 달려온 현대 문명이 이제 다시 공감의 중요성을 돌아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부모와 자녀, 리더와 직원, 정치인과 시민 사이에도 서로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감 형성이 관계의 핵심이다.

진도 앞바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우리 사회는 지금 슬픔의 공감에 빠져 있다.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는 많은 사람들이 사고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차마 보지 못 하고, 웃고 떠드는 즐거운 자리도 갖지 못하고, 슬픔을 함께 나누고 있다.

기업도 마케팅이나 프로모션을 자제하고 차분한 가운데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고 있다. TV에선 예능 프로그램들이 자취를 감췄다.

예상치 못한 큰 어려움을 당했을 때 이런 사회적 공감은 시련을 이겨내고 더 나은 내일로 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지금 우리가 함께 겪는 이 슬픔의 연대는 ‘다시는 우리 아이들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희생이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으로 승화된다.

문제는 이런 공감을 실질적 진보와 개선으로 이어나가는 작업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선 몇 차례 대형 선박 침몰 사고를 비롯해 여러 참사가 벌어졌다. 그러나 대책 마련도 그때뿐, 곧 흐지부지 잊혀지곤 했다. 시스템 개선, 적절한 기술의 도입,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공감은 학습으로 이어져야 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