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상위성 보유국을 넘어 위성기술 자립국으로

[기고]기상위성 보유국을 넘어 위성기술 자립국으로

첨단 과학의 결정체인 기상위성 ‘천리안’을 발사한 지 어느덧 4주년을 맞았다. 세계 일곱 번째 독자 위성이다. 우리나라는 ‘천리안’ 위성 운영으로 단시간에 발생하는 돌발성 호우나 한반도에 접근하는 태풍 감시와 분석 능력이 향상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30여개국에 기상위성 자료를 서비스하는 기상기술 공여국으로 발돋움했다.

최근 미국 대기환경청(NOAA)과 위스콘신대 우주과학기술연구센터(CIMSS)는 산불감시 성능 부문에서 천리안 위성 영상 품질이 일본 기상위성보다 우수하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아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 기상기술이 인정받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태풍, 황사, 폭우, 폭설 등 기상 위험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를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기상 위성이 필수다.

태풍으로 인한 우리나라 연간 재산피해는 약 2조원으로 추산된다. 기상위성 개발에 10년 동안 3000억원을 투자해 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다면 기상위성 공공수요의 경제적 가치는 충분할 것으로 판단된다.

때맞춰 기상청은 미래창조과학부, 국토교통부, 환경부와 공동으로 천리안의 수명이 종료되는 2017년부터 후속 임무를 수행할 정지궤도 기상위성을 개발 중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기상위성은 무엇이 달라질까. 전 지구를 관측하는 데 천리안 위성은 30분이 걸린다. 이에 비해 후속 기상 위성은 10분 이내로 관측 시간이 줄어 관측 주기가 3배나 빨라진다. 공간 해상도도 4×4㎞에서 2×2㎞로 4배가 향상되며, 관측 채널수도 기존 5개에서 16개로 3배 이상 늘어난다.

이처럼 시간·공간적으로 해상도가 높은 정보를 제공해 위험 기상 발달을 사전에 탐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수치예보, 항공기상, 기후변화, 수문 등 기상과 관련된 분야에서 보다 다양한 자료를 생성하고 제공할 수 있다.

최근 문제되고 있는 미세먼지와 스모그 관측은 주로 외국의 저궤도 기상위성을 활용해 불규칙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후속 정지궤도 기상위성을 활용한다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게 돼 국민 건강과 복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상위성 자료의 융합 활용기술을 통해 기후와 환경변화 감시 강화 등 세계기상기구(WMO)를 중심으로 한 기상위성 선진국 지역특화위성센터의 한축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기상탑재체를 통해 태양 활동을 비롯한 우주기상 현상 변화를 관측하고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후속 정지궤도 기상위성 개발과 함께 위성 운영을 위한 지상국 시스템 개발도 이제 첫걸음을 내디디기 시작했다. 다양하고 신속한 개발에 따른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핵심기술의 조속한 자립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다른 산업 분야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창조적 접근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천리안위성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자료 처리와 활용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위성자료 사용자 확대와 활용성 증대를 위한 체계적인 지원시스템뿐 아니라 보다 안정적인 지원을 위한 관련 제도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기상청은 세계 일곱 번째 기상위성을 운영하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거시적 관점에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우주개발 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기상 위성 사용국 별로 수준과 특성을 분석해 협력체계를 다변화하는 등 기상위성 관련 국내외 산업분야 활성화는 물론이고 국제사회 역할 강화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고윤화 기상청장 yhko@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