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인터넷 보급은 세계 최고, IPv6 이용률은 ‘99위’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13년 4분기 주요 국가 IPv6 사용률 (단위:%)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차세대 인터넷 주소체계인 IPv6 이용률에서는 100위 안에 겨우 턱걸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주소가 고갈될 때를 대비해 차세대 주소자원을 미리 확보하지 못하면 미래 통신·네트워크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공뿐만 아니라 민간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확산 장려책이 시급하다.

27일 콘텐츠 딜리버리 네트워크(CDN)업체 아카마이가 238개국을 조사해 작성한 ‘2013년 4분기 인터넷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IPv6 이용률은 0.01%로 세계 99위를 기록했다. 아카마이는 매일 200억건 이상 IPv6 요청(트래픽)을 처리한 데이터를 근거로 지난해 3분기부터 IPv6 관련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직전 분기인 3분기 IPv6 이용률 역시 0.01%로 큰 차이가 없었다. 3분기 순위는 102위로 4분기에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구글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 자료를 인용해 내놓은 지난해 국내 IPv6 이용률도 0.01%로 아카마이와 같은 수치로 조사됐다.

무제한 인터넷주소로 불리는 IPv6는 현재 인터넷 주소체계인 IPv4를 대체할 대안으로 꼽힌다. 개발된지 30년이 넘은 IPv4는 43억개 주소를 부여할 수 있지만 고갈이 머지않았다. 반면에 IPv6가 할당할 수 있는 주소는 거의 무한대다. 단순히 할당 주소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인터넷 주소 자동 설정, 보안성 강화 등 다양한 이점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국내 서비스 상용화는 매우 미미한 상황이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서비스 확산을 주도하는 외국과 달리 국내 포털, 통신사가 IPv6 전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련 서비스나 상품 수요가 많지 않아 전환을 추진하는 데 적극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IPv6 도입이 지연되면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한다. IP 주소가 필요한 신규 서비스 개시나 서비스 확장에 제약이 생긴다. 네트워크주소변환기(NAT) 등 부가장비 사용으로 비용이 늘어난다. 사설 IP 중복사용으로 네트워크 관리 복잡성이 커지고 품질은 저하된다. 외국 기업과 기술 격차로 국내 시장이 잠식되고 해외 진출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정부가 IPv6 조기전환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부는 올해를 IPv6 기반 서비스 상용화 원년으로 삼기 위한 ‘IPv6 확산 로드맵’을 지난달 발표했다. 민간 분야에서는 SK텔레콤을 비롯한 일부 통신사가 LTE 망에 IPv6 환경을 구축하는 등 전환을 추진한다.

김선아 아카마이코리아 부장은 “사물인터넷이 발달해 모든 사람과 사물이 온라인으로 24시간 연결되면 IPv4 주소는 금세 바닥을 보일 것”이라며 “민관이 합동해 하루 빨리 IPv6 인프라를 확충하고 인터넷 주소 부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분기 IPv6 이용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스위스로 9.3%에 달했다. 직전 분기 대비 33% 늘어난 수치다. 그 뒤를 루마니아(7.9%), 룩셈부르크(6.7%), 독일(5.8%), 페루(5.5%), 미국(5.2%), 벨기에(4.7%)가 이었다. 상위 10개국 중 7개국이 유럽 국가로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일본(2.2%)이 10위에 올랐다.

<2014년 4분기 주요 국가 IPv6 사용률(단위:%) / 자료:아카마이>


2014년 4분기 주요 국가 IPv6 사용률(단위:%) / 자료:아카마이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