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어 정은화 이사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술 수업을 되살리자’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미국 용접공 연봉이 15만달러(약 1억5600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러면서 4년제 기초학문 학위를 가진 많은 젊은이가 수천달러를 빚진 상태에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만들거나 쇼핑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이들이 2년제 전문 기술학교를 다녔다면 더 선택의 폭이 넓었을 거라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용접공이 일하는 회사에서는 지난해 60명에게 15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지급했고 두 명은 20만달러 이상을 받은 숙련된 기술자라고 했다.
![[재미있는 시뮬레이션 세계]<9>CAE 없으면 용접도 없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404/556617_20140425133350_017_0001.jpg)
미국의 많은 기업이 기술 인재를 구할 수 없어서 들어온 주문도 거절하는 사례와 제조 기업 CEO가 각 고등학교를 돌면서 선진 제조업과 3D프린터로 인해 일자리가 많아지는 제조업에 대해 설명하는 사례를 기사에 담았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미국 제조업이 완전히 살아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첫 임기를 시작할 때부터 제조업 부흥을 외쳤고, 올해 7000만달러를 들여서 최첨단 연구소를 짓기 시작했다. 제조업 부흥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미국 정부가 정책 연장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앞으로 제조업의 경쟁력은 시뮬레이션 역량에 달려 있다는 것이 산업계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제조업에서는 시뮬레이션보다는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경영 시뮬레이션, 시뮬레이션 게임 등이 있듯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시뮬레이션이라는 단어보다 제조업에 근접한 용어가 CAE라고 할 수 있겠다.
IT종주국 미국인만큼 CAE 경쟁력도 우리나라보다 많이 앞서 있다. 지금 미국 제조업이 활기를 띠는 이유도 CAE 역량이 제조업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자동차, 선박 등 세계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일본도 우리보다 다소 앞서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중국 기업은 일본과 우리를 바짝 뒤쫓고 있는 형국이다. 용접 공정이 가장 많은 산업인 조선 산업. CAE 기술은 선박의 경량화와 안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CAE 인력이 태부족 상태다. 미국은 제조 대기업은 물론이고 1, 2차 협력업체까지 CAE 엔지니어가 포진해 있다 보니 전 제조 공정이 일원화되어 빠르고 스마트한 제조가 가능하다. 우리나라 CAE 인력은 대기업에서조차 부족한 형편이다. 미국 용접 기술 인력의 부족이 우리나라에서는 첨단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본 도요타 자동차는 최근 CAE 인력을 크게 늘리고 예전의 도요타 신화를 재현하겠다고 나섰다. 미국을 겨냥했지만 우리에게도 위협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인력도 부족한데다 배움의 기회도 부족하다. 우리 회사는 우리나라 CAE 인재를 양성하고자 현대자동차와 함께 ‘7년째 CAE 경진대회’를 열고 있는데 참가 학생은 배울 기회가 없다고 볼멘소리다.
그래서 매년 2회 CAE 기초교육을 무료로 열었는데 학생과 산업계 종사자 반응이 뜨겁다. 그들도 CAE 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정부와 대학이 CAE 인재를 본격적으로 양성할 때라고 생각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용접 접합 산업의 수출이 수입에 비해 4배가량 더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조선 산업과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다보니 관련 기초 분야가 동반 성장한 것이다. 미국 용접 인력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은 단순히 용접 산업 경기만 의미하지 않는다. CAE가 결과적으로 용접 산업을 키운 것이다. CAE 산업의 인재를 기르지 않고 미래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제조업을 받치고 있는 우리 용접 산업도 위태로워지는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것이다. CAE 없이 용접도 없다. 세월호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