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인력이동 금지반대 소송에...`꼬리 내렸다`

애플·구글·인텔·어도비 등 IT기업이 ‘하이테크 피고용인 반독점 집단소송’에서 손을 들었다. 이들 기업이 원고 측과 합의하면서 사실상 ‘다윗의 승리’로 결론이 났다.

실리콘밸리, 인력이동 금지반대 소송에...`꼬리 내렸다`

로이터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산호세 지원에서 열릴 ‘하이테크 피고용인 반독점 집단소송’ 재판을 일주일 앞두고 피고로 제소된 기업이 합의금을 제시해 마무리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IT기업들이 서로 인력이동을 막는 담합을 했던 것에 피해를 입은 엔지니어 6만5000명이 제기한 집단소송이 시작 일주일을 앞두고 합의로 끝난 것이다.

이들 기업이 내놓은 합의금 총 3억2400만달러(약 3364억원)는 3년간 불법으로 막혔던 ‘채용문’에 대한 보상치고는 소액이라는 평가다.

이번 소송은 애플, 구글 등에 근무했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하드웨어 엔지니어, 부품 설계자,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사용자인터페이스(UI) 설계자, 애니메이터 등 6만5000명이 참여했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이 담합은 자사 기술 유출 및 임금 인상 등의 경영상 불리한 요소를 이유로 상호 인력 이동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당초 소송은 다음주께 시작해 최종 평결은 5월 말 나올 예정이었다. 원고 측은 이들 기업에 총 30억달러(약 3조원)의 배상액을 요청했다. 하지만 소송 시작 전 10분의 1 수준인 3억2400만달러에 합의하는 것으로 종료됐다.

켈리 더모디 원고측 변호인은 “이번 합의 결과는 성공적인 승리라고 볼 수 있다”며 “(원고 집단은) 오랫동안 직업 선택의 자유를 위해 싸워 왔고 결실을 얻었다”고 전했다. 샌타 클래라 인텔 대변인은 “소송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관련 언급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이번 소송은 진행 상황에 따라 최대 90억달러까지도 배상액 판결도 가능했던 건이었다”라며 “향후 있을 또 다른 형태의 담합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인권 무시에 경각심을 줬다는 차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편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들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경업금지 약정’이나 ‘동종업체 취업금지 서약’ 등을 받는 방식으로 연구개발 인력의 이직을 제한하고 ‘몸값’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관행이 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