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정거장이 요격된 인공위성 파편과 충돌해 우주인이 조난을 당하는 영화 ‘그래비티’. 장엄한 우주의 모습과 단 2명의 주인공으로 영화를 끌어가는 등 다양한 화제를 모았던 영화다. 영화에는 중국 우주정거장이 지구 대기권으로 추락하는 장면도 나온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우주쓰레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도 종종 수명을 다하거나 고장난 위성이 우주 궤도를 이탈해 지구로 추락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럴 때마다 혹시 그 위성 잔해가 우리나라에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생기기도 한다.
사실 우주 공간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쓰레기들이 존재한다. 우주 쓰레기란 우주 개발 과정에서 우주에 남겨진 인공 물체를 통칭한다. 인공위성만 해도 현재 활동 중인 것만 1000여기가 넘는다. 여기에 알려지지 않은 첩보위성, 수명을 다한 위성, 고장난 위성 등을 더하면 엄청난 숫자다. 인공위성 외에도 로켓 발사 등에 사용된 연료통, 각종 우주시설의 잔해나 부품 등도 우주 쓰레기의 상당량을 차지한다.
지구에 추락하는 우주 쓰레기양도 어마어마해 연간 약 100톤 가량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표면까지 떨어지는 물체 수도 수백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같은 우주 쓰레기는 어디로 떨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궤도를 돌다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궤도를 이탈한 채로 우주를 떠돌아다니다 중력에 이끌려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우주 쓰레기는 지구로 들어오면서 대기열에 불타 대부분 없어진다. 지구에 떨어지는 잔해가 있지만 대부분 크기가 작다. 확률적으로도 지구 표면의 70%가 바다이기 때문에 사람이 살지 않는 바다 등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발사된 인공위성 중 절반 이상인 3500개 정도가 지구로 추락한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직 파편에 맞아 다친 사람은 한명도 없다.
그러나 그래비티에 나오는 대형 우주정거장이 지구로 추락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인공위성에 비해 크기가 커 일부가 불타더라도 잔해가 꽤 남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를 대비해 우주정거장은 고장나기 전에 미리 계산해서 잔해가 바다나 사막에 떨어지도록 유도한다.
우주 쓰레기로 인한 위성충돌 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각국 정부도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임무를 다한 위성을 바다로 추락시키는 방안이 있지만, 권고안이기 때문에 강제력은 없다. 우주 쓰레기 처리를 위한 위성을 발사하거나, 우주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의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우주 쓰레기 등으로 인한 위험에 대비한 계획 수립에 나섰다.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안전행정부, 기상청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 차원의 ‘우주위험대비계획’을 마련 중이며, 내달 발표할 예정이다. 계획에는 우수 쓰레기 등이 떨어질 때를 대비한 부처 역할 정립, 우주 환경을 감시·추적하는 ‘우주환경 감시기관’ 지정 등을 담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