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난망, 이번 예타에도 "경제성 없다"로 가닥…정부 경제논리 뒤집을까 관심 집중

세월호 참사로 국가재난망 사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으나 1년을 끌어온 예비타당성 조사는 사실상 경제성이 없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논리보다 국민 안전이 먼저라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가 예타 결과에 관계없이 사업을 추진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3차 보고에서 예타 조사를 진행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재난망 기술로 검토 중인 테트라와 와이브로 모두 투자비용 대비 효율성(프로젝트 효용성÷비용)이 1점을 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최소 0.9 이상은 나와야 사업을 추진할 명분이 생기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미래부는 한때 국산 기술인 와이브로를 대안기술로 심도 있게 논의한 바 있다.

현재 안전행정부는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두고 기지국 수, 유지보수요율, 장비 내구연한, 단말기, 기타 비용 등 5~6가지 측면에서 논의 중이다. 일각에서는 안행부가 그동안 이 같은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다가 책임 논란을 회피하고자 막판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안행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면서 와이브로 기지국 전파 통달거리(링크 버짓)를 실제보다 짧게 잡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전국 커버리지를 위해 필요한 기지국 개수가 테트라(800㎒ 구축 시 1517개)에 비해 적게는 10배(700㎒ 구축 시 1만4074개)에서 40배(2.3㎓ 구축 시 6만6963개) 이상 많아야 한다는 엉터리 수치를 KDI에 보고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KDI가 엉터리 데이터와 엉터리 계산법으로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상황이어서 비판이 적지 않을 전망”이라며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사업 추진 의지가 없었던 안행부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관계 부처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획재정부와 안행부가 ‘자료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는 등 서로 책임 회피를 시도한다고 덧붙였다.

안행부는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면서 예타 결과를 발표하기가 더 어렵게 됐다. 많은 사람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12년간 끌어온 사업을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포기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백명이 사망하는 재난·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논의만 하다 수그러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누군가는 끊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만시지탄’이라는 말도 있듯이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후회해봤자 소용없다”며 “소중한 생명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을 막으려면 이제는 청와대에서 결론을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