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방송계의 이단아 `에어리오`, 60년 TV판도를 바꾸다

“현행 법을 빗겨나려는 꼼수로 밖에 안 보인다.”

“이번 판결이 ‘클라우드’라는 인류의 새로운 생활 환경을 해쳐선 안된다.”

인터넷TV 스타트업 ‘에어리오’와 거대 지상파 방송사간 사활을 건 마지막 법정싸움이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톤DC 연방 대법원에서 시작됐다. 이날 법정에는 미디어 황제인 루퍼트 머독의 아들이자, 21세기폭스사의 공동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제임스 머독’ 등 미 방송계의 거물들이 대거 모습을 보였을 정도로 이번 재판은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미 연방 대법원에서 진행중인 에어리오의 저작권법 위반 여부의 쟁점은 각 개인별로 할당받은 안테나로 공중파를 개별 수신, 지상파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위법이냐는 것이다. 에어리오의 체트 키노지아 CEO가 가입자에게 1개씩 할당하는 수신 안테나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 미 연방 대법원에서 진행중인 에어리오의 저작권법 위반 여부의 쟁점은 각 개인별로 할당받은 안테나로 공중파를 개별 수신, 지상파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위법이냐는 것이다. 에어리오의 체트 키노지아 CEO가 가입자에게 1개씩 할당하는 수신 안테나를 선보이고 있다.

오는 6월 말 있을 최종 판결에 따라 방송판도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이같은 사실을 잘 아는 대법관들도 심리에 유독 신경을 곤두세웠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에어리오의 기술 모델이 단지 법적 금지규정을 회피하는 것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지적하고 에어리오의 주장에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일부 대법관들은 “방송사 편을 들어줄 경우, 클라우드 컴퓨팅 업계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다윗에 놀란 골리앗

창업 2년차 일개 벤처기업에 미국 정·관계를 쥐락펴락하는 거대 지상파 방송사들이 쩔쩔매는 이유는 뭘까.

에어리오는 배리 딜러가 지난 2012년에 설립한 인터넷TV 스타트업이다. 뉴욕을 시작으로 현재 미국 13개 도시에서 성업 중이다. 이 회사는 가입자가 소형 안테나를 통해 클라우드 방식으로 디지털 저장장치에 보관하고 있는 방송 콘텐츠에 접속한다. 가입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만 찾아볼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1개월 이용료가 8∼12달러에 불과하다는 점 때문에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었다. 기존 미디어 업체가 운용하는 케이블 방식 TV프로그램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보고 싶지 않은 콘텐츠까지 묶음으로 사야 해 평균 사용료가 월 100달러를 넘는다.

에어리오는 사업 시작 2년 만에 가입자가 3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ABC, CBS, NBC 폭스 등 대형 방송사가 이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방송사들은 에어리오도 다른 케이블TV업체나 위성방송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재전송료를 지불해야 한다며 에어리오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법정 심리의 쟁점

대법원에 올때 까지 1·2심의 판결은 에어리오의 우세승이다. 두 하급심 모두 에어리오의 손을 들어준 것은 ‘클라우드 지상파 방송 전송 대행’이라는 신개념을 들고 나와서다.

에어리오는 자사 클라우드 서버에 위치한 개인용 소형 지상파 수신 안테나를 일괄 관리하고, 수신된 방송 콘텐츠를 인터넷 망으로 개별 가입자에게 전송해 주는, 일종의 클라우드 기반 방송 수신대행 서비스다.

따라서 에어리오는 자신들이 기존 유료 케이블TV 사업자와 같은 지상파 재전송 사업자가 아니라는 논리를 펼친다. 어디까지나 에어리오는 개인에게 할당되는 안테나를 대신 관리해 주고, DVR 등 클라우드 기반의 부가 기능을 대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라는 얘기다. 다루는 콘텐츠가 지상파 방송인 탓에 얼핏 방송 사업자로 오해받을 수 있지만, 에어리오는 엄연히 ‘클라우드 기반 방송 수신대행 사업자’다. 따라서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 저작권을 침해하지도, 케이블TV 사업자에게만 허용된 지상파 방송 재전송 권리를 해치지도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 중심에는 ‘안테나’가 있다. 각각의 에어리오 가입자는 저마다 개인 소유의 소형 안테나를 지급받는다. 지상파 방송 수신은 이렇게 개인에게 할당된 안테나를 통해 개별적으로 이뤄진다. 에어리오는 이런 방식으로 수신된 방송 콘텐츠를 인터넷으로 개별 가입자들에게 전송해주는 작업만 수행한다.

◇예측 불가의 혼전

대법원의 첫날 구두심리에서 대법관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듯 오는 6월 말께 나올 최종 판결은 복잡한 함수 관계로 얽혀있다.

수세로 몰렸던 지상파 방송사들은 특유의 로비력을 앞세워 백악관과 미 연방정부를 자신들의 편으로 돌려놓았다. 대법원장을 비롯한 일부 보수성향의 대법관들 역시 유사 서비스를 하는 케이블·위성TV 사업자와 달리 재전송료를 한 푼 내지 않는 에어리오를 현대판 봉이 김선달 정도로 본다.

만약 이번 재판에서 에어리오가 진다면 차세대 방송의 진화는 후퇴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구글 드라이브나 네이버의 N드라이브 같은 현행 클라우드 서비스는 모두 저작권법 위반으로 몰릴 수 있어 미 사법부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