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컨 정지 버튼이 안 먹는 방송에 돈 낼 생각없다.”
지상파와 케이블 등 미국 유선TV 사업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유선TV 가입자가 감소세로 꺽어졌기 때문이다.
미 시장조사업체 SNL케이건에 따르면 지난해 전미 유료TV(케이블·위성·광통신) 가입대수가 25만 이상 줄었다. 유료TV 가입자가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넷플릭스나 아마존닷컴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의 가입자수는 꾸준히 증가세다. 월 10달러 미만의 사용료만 내면 이용 가능한 이들 서비스와는 달리 월 100달러 내외의 돈을 내야 하는 케이블 등 유료TV 서비스에 더 이상 미국인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컴캐스트를 비롯해 디렉TV,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 등 주요 유료TV 사업자들은 지난해 총 25만1000대의 가입대수 감소를 기록했다. 물론 총 1억건의 전체 가입대수를 감안하면 미미한 감소세다. 하지만 지금껏 계속돼 온 증가세가 꺾였다는 사실 자체가 유료TV 사업자들에겐 공포다.
그 중심에는 이른바 ‘코드 커터족’(cord cutters)과 ‘코드 네버족’(cord navers)이 있다. 특히 어릴 때부터 인터넷 등 IT매체를 통한 동영상 시청에 익숙한 코드 네버족은 영상물 시청시 자신의 의지대로 정지와 빨리 감기, 되감기 기능을 사용할 수 없는, 이른바 ‘코드(cord)’로 연결된대로 수동적 시청을 해야만 하는 유료TV에 반감이 크다.
보고 싶은 장면을 자신의 의지대로 보고 싶을 때 골라 볼 수 없을 뿐더러, 요금까지 비싸니 이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는 셈이다.
이들이 유료TV 시청을 마다하는 또다른 이유는 ‘단말의 자유’다. TV 수상기 앞에서 꼼짝 못하는 기존 유료TV와 달리 인터넷TV는 자신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인터넷이 가능한 모든 단말기를 통해서 시청이 가능하다.
미 시장조사 기관인 SNL케이건의 레이첼 미건 애널리스트는 “이쯤되면 유료TV와 인터넷TV의 승부는 끝난 것으로 봐도 과언 아니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