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차세대 에너지 기술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공급뿐만 아니라 수요, 신규 시장 창출 관련 기술 개발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관련 17개 개발 방향을 잡았으며 세부 중점기술을 정리해 올 11월까지 최종 로드맵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개별적으로 진행했던 기술 개발을 통합적인 추진체계 속으로 모아 시너지와 추진 동력을 극대화한다. 또 연구개발(R&D) 자체보다 실제 적용할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제각각 추진했으며 실용성도 떨어진 에너지 기술 R&D를 이참에 혁신하겠다는 뜻이다. 수요가 중심이 된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를 감안하면 바람직한 방향이다.
지금은 에너지 공급보다 수요를 관리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수요공급 균형도 맞추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수요 관리는 그간 쉽지 않았지만 정보통신기술(ICT)과 에너지 기술 발전 덕분에 이제 가능해졌다. 스마트그리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대표적이다. 다행스럽게 우리나라는 관련 인프라가 우수하다. 에너지업체는 물론이고 ICT 하드웨어업체까지 지속적인 R&D 투자를 통해 역량을 축적했다. 세계 시장까지 선도하려면 이번 프로젝트와 같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프로젝트 성패는 기술 개발보다 수요에 달렸다. 아무리 실용 가능한 혁신기술을 개발해도 수요를 제 때 불러일으키지 못하면 기대 효과는 반감한다. 수요 관리 혁신 기술만 해도 에너지 수요자들이 이를 절실히 원할 환경을 조성하지 않으면 개발로만 그칠 수 있다. 우리나라 에너지 수요자들은 외국에 비해 에너지 이용 대가가 싸니 에너지 저감과 수요 관리 기술에 통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신규 수요 창출 정책이 절실하다. 산업부만의 힘으로 불가능한 과제다. 산업부는 다른 부처, 지방자치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신규 건물과 공공시설에 ESS나 수요관리 솔루션 의무화’와 같은 신규 수요 창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여기에 빛이 보이면 기업들은 뜯어말려도 혁신 기술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한다. 기술 개발 로드맵도 그렇지만 이를 수요로 이어지게 만들 방안은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