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주전산 시스템 교체에 본격 착수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주전산 시스템 교체 사업을 최종 승인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이 사업은 현재 국민은행이 계정계 시스템으로 사용 중인 메인프레임을 유닉스 플랫폼으로 교체하는 것이 골자다. 중장기적인 IT 역량을 강화하고자 지난 7년 동안 사용해온 메인프레임을 걷어내고 새로운 장비와 기술을 도입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중장기적 역량 강화 기반을 구축하고 시스템의 유연성과 확장성을 확보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체 시점은 내년 7월로 예정됐다. 현재 사용 중인 메인프레임의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졌다. 예산은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제반 비용을 포함해 약 2000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이사회 결의에 따라 조만간 참여 희망 기업들에 제안요청서(RFP)를 보내 2~3개월 안으로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국민은행 주전산 시스템 교체가 관심을 끄는 것은 금융권 IT의 변화를 대표하는 상징성과 시장성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사용해온 장비는 한국IBM이 공급한 메인프레임이었다. 국민은행은 IBM으로부터 제품은 물론이고 유지보수·시스템운용·컨설팅 등 서비스 일체를 장기간 공급받아왔다. 하지만 종속적인 계약에 부담이 커지고 비용 문제도 생기면서 유닉스 쪽으로 돌아섰다.
과거와 달리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간 시스템 성능에 차이가 사라지고 다양한 공급 업체가 시장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다.
금융권에서는 ‘탈메인프레임’ 바람이 일었는데 국민은행의 이번 프로젝트는 메인프레임의 쇠퇴를 확인하는 결정적 사례가 될 전망이다. 또 국민은행의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다른 은행의 유닉스 도입을 더욱 촉발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국민은행의 이번 주전산기 교체로는 국내 IT 업체의 실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IBM의 메인프레임 고객 중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규모다. 이에 따라서 국민은행의 이탈은 IBM에는 큰 손실이다.
IBM이 국민은행에 다시 유닉스를 공급할 수는 있지만 오라클이나 HP 등 다른 경쟁사 입장에서는 국민은행이라는 새로운 대형 고객사를 확보할 기회여서 수주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IT 투자가 드문 상황에서 단숨에 분위기를 역전시킬 절호의 기회가 생긴 것”이라며 “IBM뿐만 아니라 오라클·HP가 자존심을 걸고 수주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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