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로봇청소기 업체들이 대기업의 프리미엄 경쟁에 밀려 가격 전략을 바꿨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브랜드 힘을 앞세워 80만원대 로봇청소기로 시장을 장악해 나가자 중소업체들은 가격을 20만원대까지 파격적으로 낮추며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나섰다.
유진로봇은 자사 로봇 청소기 평균가의 30% 이상 저렴한 20만원대 2014년형 아이클레보 라이트를 이달 말부터 판매한다. 유진로봇은 청소 모드 기능을 확 줄여 실속형으로 가격을 낮췄다. 기존 로봇청소기가 4~5가지 청소모드를 제공했다면 이번 실속형에는 스폿 청소모드만 넣었다. 고효율 리튬이온 배터리도 최장 160분에서 120분으로 줄였다. 유진로봇 마케팅 관계자는 “자취생이나 싱글족에게 70만~80만원대 로봇청소기는 비싸게 느껴지다 보니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속형 제품을 내놨다”고 말했다.
마미로봇도 일부 제품을 20만원대 후반까지 가격을 내렸다. 이외 대부분 제품은 30만~40만원대다. 마미로봇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은 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대기업이 고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그 중간에서 품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적정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모뉴엘 로봇청소기 클링클링 MR6500은 20만원대다. 로봇청소기 업계 후발주자인 모뉴엘은 대기업과의 차별화를 ‘디자인’과 ‘가격’에서 찾았다. 모뉴엘 로봇청소기는 ‘2013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디자인 부문 특별상을 수상할 만큼 디자인에 신경썼다. 최근에는 배우 소지섭을 앞세워 광고하면서 자체 브랜드력을 키우고 있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최근 몇 년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보다 브랜드가 약한 중소업체는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려고 저가 전략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2012년 국내 로봇청소기 판매량 10만4000대에서 2013년에는 전년 대비 20% 성장한 12만~13만대가 판매됐다. 업계는 올해 로봇청소기 시장이 15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중소 로봇청소기 업계 관계자는 “고객은 상품을 볼 때 대기업 브랜드만 떠올리다 보니 기술력 좋은 중소기업의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로봇청소기 시장이 커지는 만큼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으로 자체 유통망과 홈쇼핑 등을 활용해 대중성 확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