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사업법개정안 통과는 공기업 텃밭으로만 여겨졌던 전력시장에 민간 참여의 문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지난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을 통해 전력 시장에 경쟁체제 도입을 구상했고 그 일환으로 민간기업 참여를 허용했다. 하지만 구조개편 작업은 사실상 중단되면서 전력 시장에서 민간 참여는 발전사업 부문만 열려있었다. 그나마도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발전사업 특성으로 일부 대기업 그룹사만 참여해 있는 상황이었다.
업계는 이번 개정안을 제2의 전력산업구조개편으로 평가하고 있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당초 구조 개편이 목표했던 전력판매 부문의 민간 참여와 양방향 거래의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전력판매 시장 개방은 민간수요관리 사업자가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들 사업자는 기본적으로 고객의 절전량을 모아 시장에 입찰하면서 발전사업자의 지위를 갖는다. 하지만 고객을 모으는 과정에서 판매사업자의 영업 역할도 하게 된다. 전력시장에서 발전과 판매를 겸업하는 최초의 사례가 나오는 셈이다.
고객모집 과정에서 절전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전기요금 절감이다. 고객은 이들 사업자로부터 에너지 컨설팅을 받고 필요시 절전만 하면 기존보다 낮은 전기요금을 보장받는다. 사실상 한전과는 다른 새로운 전력 판매상품을 구매하는 셈이다.
민간수요관리사업은 2012년부터 시범적으로 운영돼왔고 이미 KT와 LG유플러스 같은 기업들이 참여해 비즈니스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은 수요 관리에 대한 재원이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올 하반기부터 시장거래가 시작되면 참여사업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차액 계약제도는 발전사의 발전원가로 정해지던 전력가격에 판매자가 거래 제안을 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발전사가 가격입찰을 하면 거래소가 낮은 가격의 설비부터 급전순위를 배정했다. 한전은 전력사용량이 늘어나는 상황에 따라 올라 가는 가격에 전력을 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차액계약제도는 한전도 사고자 하는 전력계약을 제안할 수 있다. 일방향 거래가 양방향 거래로 바뀌는 셈이다. 한전 입장에선 계약한 발전사와 전력가격이 일정한 만큼 비용지출에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 발전원가가 높아 매번 급전 우선 순위에서 밀린 발전소도 한전과 옵션 거래를 통해 전력을 판매할 수 있다.
두 개정안이 안착되기 위해서는 안전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전은 사실상 국내 전력시장의 도적사업자로 시장지배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관리시장에 한전이 기존 보유한 고객 풀을 활용할 경우 해당 시장은 조성되기도 전에 붕괴될 수 있다. 차액계약제도 역시 발전사들이 계약을 할 수 있는 대상이 한전 밖에 없어 합리적인 가격제안이 필요하다.
지난해 수요관리사업자 현황
출처:전력거래소
<지난해 수요관리사업자 현황 / 출처:전력거래소>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