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안전처 신설이 능사는 아니다

세월호 사고 14일 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분향소를 떠나자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밖으로 치워졌다. “보기 싫다”는 유족의 항의 때문이다. 국정 최고 책임자보다 최고 권력자 모습을 보인 대통령에게 유족과 많은 국민이 실망했다. 때늦은 사과로 돌아설 민심이 아니다.

그렇다고 국민이 이해해줄 때까지 정부가 수수방관할 수 없다. 사건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도 중요하지만 다시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철저히 정비해야 한다. 이 점에서 29일 국무회의에서 나온 다양한 재발방지책을 더욱 효과적인 실천 방안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국가안전처’ 신설이다. 박 대통령은 “국가 차원의 대형 사고에 대해 총리실이 직접 관장하면서 부처 간 업무를 총괄조정, 지휘하는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재난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말이다.

반가우면서도 우려가 된다. 혹시 형식논리에 사로잡혀 조직 만능주의로 풀어가려는 발상이 아닌지 걱정된다. 세월호 사고가 나기 전에 중앙 부처와 해경 등은 개별적으로 재난망을 갖췄다. 하지만 이 망이 따로 운영됐다. ‘연결’이라는 기본적 특성을 상실한 재난망은 케이블 다발에 지나지 않는다. 전자승선권도 마찬가지다. 시스템은 있지만 고객 수를 투명하게 집계하면 세금을 더 낸다는 여객선사 이익 논리에 묻혔다. 결국 세월호 승객 신원조차 파악할 수 없는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재난망과 전자승선권은 형식만 있을 뿐 내용을 채우지 못한 대표적 사례다. 국민 안전을 앞세워 행정안전부라는 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바꿨지만 정작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국가안전처 역시 조직 구성 철학부터 위상, 권한과 책임, 운영 등 채워야 할 콘텐츠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압축 성장의 여파로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고칠 매뉴얼과 이를 체득할 교육까지 서둘러 해야 할 일도 많다. 조직만 만든다고 국가 재난 시 강력한 리더십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