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儀典)’이란 ‘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을 말한다. 규모를 떠나 어떤 행사든 일정한 순서나 관례는 있게 마련이다.
‘의전으로 시작해 의전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다. 행사를 치르는 실무 당사자 사이에선 흔히 하는 얘기로 가장 신경 써야 할 일이 의전이라는 뜻으로 통한다. 하지만 행사 의미나 내용보다는 행사장에서 VIP 고위직에 대한 접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그릇된 행사 문화를 비꼬는 말이기도 하다.
개막식, 기념식 등 각종 행사에는 여러 사람을 몰고 다니는 인물이 있다. 대통령이나 장차관, 지자체장 등이 행사장 최고 VIP다.
이들 고위직이 축사 한마디하고 나가면 행사장은 썰렁해지기 일쑤다. ‘바쁘신 일정에 가봐야 한다’는 친절한 설명도 빠지지 않는다. 배웅 인사차 눈도장이라도 찍기 위해서인지 뒤따라 우르르 행사장을 빠져 나간다. 이어 정작 중요한 토론이나 발표 등은 남아 있는 한가한(?) 사람들의 무대다.
관행적 의전 행태는 세월호 참사와 고위직의 상식 밖 행동으로 도마에 오른 숨은 문제점이다. 그릇된 의전이 반복되면서 공직 사회는 이를 당연하게 여겼고, 고위 공직자는 관례화된 의전 서비스를 받았다.
고위직이 재난 현장을 찾는 것은 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관행적 의전에 따라 사건 현장에 가장 가까이 주차하고, 땀 흘리는 복구 인력을 억지로 불러 모아 격려하고, ‘정부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있다’는 형식적 말을 남긴 후 기념 촬영하고 떠난다는 것이다.
일반적 사고 현장이라면 고위직의 라면 먹는 모습도, 두루뭉술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설명도 그리 큰 소란 없이 조용히 넘어갔을지 모른다.
세월호 참사는 차원이 다르다. 전 국민을 공황 상태에 빠뜨릴 정도의 국가 재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고위직과 이를 수행하는 공무원에게는 매번 일어나는 많은 사고 중 하나로 보였던 것은 아닐까.
5월은 가정의 달이자 청소년의 달이다. 기념행사는 고위직에 대한 의전이 아닌, 희생된 청소년에 대한 의전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