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삼성 공무방해 임원 중용 적절한가

삼성이 어제 미래전략실 팀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 기획, 커뮤니케이션, 법무, 경영진단에 걸친 그룹 지원 조직 수장들이다. 지원 조직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그룹 의사결정 과정의 핵심 라인이다. 그래서 통상 연말 삼성 임원 인사에서 사업부 수장보다 더 관심을 받는다.

삼성은 현장 중심으로 경영지원을 강화한 전진 배치라고 설명했다. 재계 시각은 다르다. 갑작스러운 인사를 두고 지배구조 개편과 연결하려는 시각이 많다. 3세 후계 구도 개편이 더 빨라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인사에 주목할 것이 또 하나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지원팀장이었던 박학규 부사장이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으로 옮겨갔다. 승진 이동은 아니지만 계열사 사업부 팀장에서 곧바로 그룹 핵심 팀장이 됐으니 사실상 영전이다.

문제는 그가 2011년 3년 무선사업부 전무 시절 공정거래위원회 공무를 방해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는 점이다. 당시 휴대폰 가격 문제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은 조사관의 출입을 막고 관련 자료를 은닉했다. 삼성전자는 이 때문에 이듬해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건희 회장도 크게 질책했다고 한다. 그런데 삼성은 지난해 12월 정기인사 때 박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또다시 그룹 핵심 보직을 맡겼다. 이 회장 진노가 진정성이 있었는지 의심을 사게 하는 대목이다.

경영진단팀은 각 계열사나 현업 사업부가 제대로 경영을 하는지 비리는 없는지 점검하는 자리다. 검찰 수사를 방불케 한다고 악명이 높을 정도로 조사 강도가 세 내부에서 먹지 않아도 될 욕을 먹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팀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은 어떤 압력도 굴하지 않는 공정성과 법을 준수하는 윤리 의식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적법한 공무 집행을 방해한 인사를 경영진단팀장으로 앉히면 지금까지 이 팀이 쌓아 온 자부심까지 깎아내릴 수 있다.

기업이 능력 있는 사람을 중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박 부사장 중용도 삼성이 그의 남다른 능력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다른 메시지로 전달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삼성이 이를 간과했다면 더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