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생물자원 전쟁 대비해야"

[기고]"생물자원 전쟁 대비해야"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 항생제 페니실린, 항암제 택솔의 공통점은? 모두 자연에서 유래된 생물자원을 기반으로 탄생한 것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의약품의 약 70%가 생물자원으로부터 유래된 것을 고려하면, 다가올 바이오경제시대에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새로운 산업 자원으로써 생물자원의 가치는 더욱 커진다.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인식되던 생물자원은 1992년 리우데 자네이로에서 채택된 생물다양성협약을 계기로, 각 나라마다 보유한 자원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2010년 10월엔 일본 나고야에서 극적으로 ‘나고야의정서’가 채택됐다. 자원부국(대부분 개발도상국 또는 후진국)들이 선진국들과 협상을 통해 이뤄진 결과물이다.

이 의정서는 국제조약으로 유전자원과 관련 전통지식을 통해 얻은 학문적·경제적 이익을 자원 제공국이나 지역 토착민들과 공평하게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0년 2월부터 1년 동안 공식 서명기간을 거쳐 한국을 포함한 92개국이 서명했다. 29개국이 국회비준까지 거쳤다.

의정서가 발효되면 단기적으론 이익 공유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생물자원을 사용하는 제품들의 가격상승, 신제품 개발기간 장기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생물자원의 67% 가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여건상 의정서 비준을 무조건 반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다수의 자원부국들은 나고야의정서의 채택에 따른 이익 공유를 요구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른 원료 도입의 장기화, 가격 상승 등을 막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의정서 이행에 따른 국내 피해규모는 최소 3892억원에서 최대 509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생물자원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수입의 어려움과 원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피해까지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관련 연구계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대비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선진국들의 나고야의정서 비준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를 감안하더라도, 국익 차원에서 연구계와 산업계에 미칠 여러 상황들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것이 선결돼야 한다.

과거 우리는 생물자원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해 단풍나무, 구상나무, 원추리 등 소중한 자원이 해외로 유출되었다가 다시 국내로 역수입되는 가슴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나고야의정서를 계기로 생물자원에 대한 가치를 재인식하고 주권 확보를 통해 생명공학산업 및 관련연구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자원 제공국 및 지역 토착민들과의 이익 공유를 통한 선순환적인 경제구조를 만들어 나아갈 수 있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범부처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생명공학육성법’ 및 ‘생명연구자원법’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등 각 부처별로 소관 생물자원에 대한 확보, 관리 및 활용 체계를 운영해오고 있다.

소관 자원의 확보와 연구개발을 통한 자원의 가치 제고 및 산업화 촉진분야에서 상호보완적인 체제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향후에는 실물자원과 정보의 체계적이며 종합적인 관리시스템을 활용해 한정된 국가 예산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투입하고, 정부 부처별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을 막아야 한다. 특히 부처 간 역할 분담을 통해 국제적 환경 변화와 국가 간 생물자원 전쟁에 적극 대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국가 차원의 대응 체계 마련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다가올 바이오 경제시대는 많은, 가치 있는 생물자원의 확보와 활용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김성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인프라총괄본부장 kimsu@kribb.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