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공장이 밀집해 있는 야마가타현 소재 사쿠사테쿠노 공장이 지난달 쉴 틈없이 가동됐다. 최근 몇 년 중 가장 바쁜 시간이었다. 가전 업체인 뮤다가 신형 선풍기 생산을 이곳에 맡기면서다. 뮤다는 중국 위탁 공장에서 생산하던 방식을 접고 사쿠를 선택했다.
고객사의 해외 이탈로 사쿠의 공장 가동률은 최근까지 전성기의 60~70%에 그쳤다. 그 사이사쿠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 ‘주문 접수후 5일내 제조’라는 원칙을 지켰다.
사쿠의 백색가전 생산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한 달만에 양산 체제를 갖췄다. 뮤다 역시 중국에서 위탁생산할 때처럼 담당자가 상주할 필요가 없어 비용과 시간이 그만큼 줄었다.
저임금을 향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한국 제조업과 달리, 일본은 자국 공장이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고 닛케이비즈니스가 최근호에 실은 르포기사를 통해 밝혔다.
공장이 돌아오고 있다. 일단 중·저가 신제품의 생산이 일본으로 유턴하고 있다. 43%에 그쳤던 자국내 생산 비율이 3년 내 50%로 증가할 전망이다. 일본은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생산기지를 중국 등 해외로 이전했다. 급격한 엔고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조치였다.
미타라이 캐논 CEO는 “일본내에서는 자율적 성장이 가능하나, 해외에서는 어렵다”며 “환율이 ‘1달러=100엔’을 유지한다면 일본에서 제조하겠다”고 단언한다.
미타라이 CEO가 국내 생산을 고집하는 이유중 하나는 인력 문제다. 캐논은 세계의 공장에서 우수한 직원을 인정하는 ‘마이스터 제도’를 운영중이다. 3000개의 부품으로 복사기를 혼자서 조립 가능한 최고 등급인 ‘S급’은 총 65명. 모두 일본인이다. 그만큼 외국인에게는 기술 이전이 안되고 있다는 얘기다. 거품경제 붕괴와 리먼 쇼크, 초엔고 동일본 대지진. 역경의 연속으로 일본의 공장 수는 최대 60%까지 줄었다. 하지만 공장 당 부가가치액은 높아졌다. 살아남은 공장이 꾸준히 진화한 결과다. 중국 등 신흥국에 뒤지지 않는 여력을 갖춰왔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 (BCG)의 오타 나오키 사장은 “일본의 제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앞으로도 부단한 부가가치 향상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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