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피터경섭의 글로벌 특허소송 A to Z]<5>다수 국가에서의 특허전쟁은 전방위 대응 필요

[신피터경섭의 글로벌 특허소송 A to Z]<5>다수 국가에서의 특허전쟁은 전방위 대응 필요

엔진부품을 만드는 K사는 관련 제품을 한국과 미국 그리고 유럽 자동차 제조회사에 공급했다. 독일의 G사는 자동차와 선박용 엔진부품 제조사이고 주요 시장은 한국·미국·유럽 등의 자동차·선박 제조사들로 한국·미국·유럽 등에서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K사 제품의 수출이 늘어나자 G사는 독일법원에 K사를 특허침해로 제소했다. K사는 국내 B로펌에 침해소송관리를 위임했다. B로펌은 쟁점특허 분석과 무효화를 위한 선행기술 조사를, 선임한 독일로펌은 독일소송을 담당하기로 했다. 쟁점특허를 무효화할 수 있는 선행기술을 발견한 B로펌은 우리나라 특허심판원에 G사의 한국특허 무효심판을 신청했다. 독일로펌은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독일법원에 쟁점특허 무효와 비침해를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IP5(특허 5대 강국)’라 불리는 최다 특허등록 국가 중 하나다. 국내 특허는 무효판정률이 50%가량이지만, 특허침해 피제소자에게는 좋은 대응자료가 많다. G사처럼 여러 국가에 동일 특허를 등록한 경우, 한국특허를 무효로 만들면 동일 특허를 허가한 다른 국가의 특허청이나 법원은 이런 판정을 중요시해 재검사를 한다. 독일은 쟁점특허가 일단 유효한 것으로 간주해 소송을 진행하고, 차후 무효심결이 나면 항소심이나 별도 소송에서 다시 판결한다.

K사의 적극적인 대응에 놀란 G사는 특허 전쟁터를 미국으로 넓혔다. G사는 본인 미국특허의 침해품으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K사 제품의 수입금지명령 신청과 연방법원에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B로펌은 미국 제소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로펌을 선임하고, 특허심판원의 무효심판 진행 사실을 사유로 ‘침해소송 중지신청(motion to stay)’을 했다.

삼성전자 제품의 수입금지명령에 대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서 유명해진 ITC는 준사법 행정기관으로 침해품 수입금지와 압류조치 권한이 있다. 독일법원처럼 ITC도 쟁점 미국특허의 유효 여부를 다루지 않고 일단 유효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특허심판원의 한국특허 재심사는 수입금지 제소에 적절한 대응이 아니다.

하지만 법무대리 비용에 관해서는 독일과 비교가 안 되는 미국특허 침해소송은 일반적으로 쟁점특허의 무효 가능성이 있으면 재심사, 재검토, 확인소송이 확정되어야 속개가 가능해 동일 외국특허의 무효심판 진행사실은 효과적인 최소 대응이 된다.

이후 특허심판원은 쟁점 한국특허 무효로 심결했고, 독일법원은 K사의 비침해 판결을 했다. B로펌은 이 두 자료와 추가 관련 증거를 ITC에 제출했고, 다시 미국특허상표청(USPTO)에 G사의 미국특허 무효 ‘재검토(review)’ 신청을 했다. 그러자 G사는 K사에 협상을 제의해왔다.

미국특허 유효 여부를 따지지 않는 ITC도 특허 존재는 검토한다. 특허심판원의 동일 한국특허 무효심결은 쟁점 미국특허 존재에 대한 ITC의 심각한 우려를 일으키기 때문에 다국적 특허의 ITC 제소에 좋은 레버러지 대응이 된다.

2011년 제정된 특허괴물의 횡포 방지가 최대 목적인 미국특허개혁법은 USPTO의 재검토 과정을 최소의 자료로 최단시간에 시작할 수 있게 했고, 그 결과 특허권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지만 침해피의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비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방안이다.

경쟁자의 시장진입을 저지하려 다국적 특허를 소유한 특허권자는 다수 국가와 기관에서 위협적인 전방위 확전을 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이런 특허권자도 상대적으로 경비가 적은 국가에서 첫 분쟁을 시작하고, 피의자의 저항이 커지면 최악에는 미 ITC와 연방법원 제소를 택한다.

이처럼 다수 국가에서 특허 침공을 당한 국내 기업들은 소송비용과 대처 능력 부족으로 특허분쟁을 일찍 포기하기보다는 분쟁지역의 사법 체계와 관련 법률에 유능한 소송대리인과 함께 쟁점특허의 유효성과 승소 가능성을 바탕으로 면밀하고 최적인 대응전략을 펼쳐 나가는 것이 좋다. 잘 된 대응은 승소 또는 합의 이외에도 분쟁 대상자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상생의 효과도 이뤄낼 수 있다.

법무법인 바른·미국 특허변호사(Patent Attorney) peter.shin@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