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난 예방과 대비에 집중해야…재난 R&D 관점도 안전 중심으로 전환

국가 대형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예방과 대비를 위한 관심과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최근의 재난이 자연재해와 인적·사회적 재난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재난 관련 기능을 통합하고, 종합적인 대책과 연구개발(R&D)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원장 박영아)이 최근 개최한 ‘재난안전 정책·R&D 현황 및 과제’ 포럼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정상만 한국방재학회장(공주대 교수)이 이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재난관리 프로세스는 예방, 대비, 대응, 수습의 4단계로 나뉘는데, 우리는 지금까지 단기 대응과 수습에 중점을 뒀다”면서 “재난 대응과 수습 못지않게 장기적인 대책을 통한 예방과 대비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진으로 시작해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확대된 일본처럼 최근의 재난은 복합적”이라며 “재난과 안전체계를 유형별로 분류하는 데서 탈피해 일원화하고 복합재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흥과 규제가 하나의 부서 안에 있는 정부조직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산업진흥과 안전규제를 분리해 상호 견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재난 발생 시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3400여건이나 존재하지만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인 위기관리 매뉴얼도 관련기관 간 협력해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재난 R&D에 대한 정책 접근법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식 연세대 방재안전관리연구센터 부소장은 “재난 R&D는 일반적인 R&D와 달리 성장과 안전이라는 2가지 관점을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성장 관점에서만 평가하다보니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성열 방재안전기술원 대표는 “국가 재난안전 R&D에 기업 참여가 어렵다”면서 “재난연구는 공공적 성격이 강해 공공수요를 바라봐야 하지만 개발 후 납품 방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재난 R&D 참여기업의 권리를 보장하는 패러다임이 필요하고 공공파트에서 사전구매 담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