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신업계와 유료방송업계에 합병과 제휴 바람이 불면서 시장 판도가 격변할 조짐이 보인다.
이동통신사간 합병, 인터넷TV 업체들과 대형 통신사들의 제휴, 대형 통신사들의 위성방송사 인수, 유료방송사간 합병 등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AT&T-디렉티비 인수 협상
4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통신업체 AT&T는 위성방송업체 디렉티비(DirecTV)를 인수하는 방안을 놓고 협상 중이다.
지난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로 알려진 이번 협상은 아직 초기 단계다
만약 인수가 성사된다면 AT&T의 유료TV 가입자는 단숨에 약 2천600만 가구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현재 미국 최대 유료방송사업자인 컴캐스트(Comcast)의 가입자 수(2천260만 가구)보다 많은 것이다.
AT&T는 `유-버스`(U-Verse)라는 인터넷용 광통신망 기반 유료TV서비스를 하고 있으나, 가입자 수가 약 600만 가구에 불과하다.
AT&T와 디렉티비의 이런 움직임에는 유료TV업계 1위 자리를 굳히기 위해 인수합병을 진행 중인 컴캐스트를 견제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즉 연방통신위원회(FCC)와 법무부(DOJ) 등 규제 당국이 심사 중인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의 합병 추진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라는 것이다.
◇컴캐스트-타임워너케이블 합병안, 규제 당국 심사 중
컴캐스트(2천260만 가구 가입)는 올해 초 타임워너케이블(1천120만 가구 가입)과 합병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으며, 지난달 말에는 "합병이 승인될 경우 가입 고객 중 390만 가구를 차터(경쟁 케이블TV 업체) 등 타사에 넘기겠다"는 제안을 규제 당국에 내놓았다.
이는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의 합병이 유료TV시장의 경쟁환경을 저해할 수 있다는 규제 당국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것이다.
만약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의 이런 제안이 수용돼 합병이 승인된다면 통합 컴캐스트의 가입자 수는 3천만 가구로 늘어나지만, 시장점유율은 미국 전체 케이블·위성 TV시장의 30% 미만으로 유지된다.
규제 당국이 "경쟁환경 저해 우려가 없다"고 판정할 명분이 생기면 합병 승인이 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컴캐스트·버라이즌과 전송속도향상 계약체결
이런 가운데 인터넷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는 지난달 말 통신업체 버라이즌과 전송속도 향상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2월 컴캐스트와 비슷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는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회원 증가와 데이터 폭증으로 `병목 현상` 탓에 전송 속도가 느려지는 경향이 생겼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말하자면 인터넷망 용량 증설에 대해 일종의 `수익자 부담 원칙`이 적용된 것이다.
◇스프린트, 티모바일 인수 검토중
미국 3위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가 4위 티모바일유에스(T-mobile US)를 합병해서 미국 통신업계에서 `천하삼분지계`를 노리고 있다는 설도 끈질기게 돌고 있다.
특히 스프린트의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지난 2월 실적 발표에서 한 발언 때문에 인수 추진설은 확실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손 회장은 당시 "미국에서 3위라는 위치에 만족할 수 없다"면서 "스프린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미국에서 기업 인수를 더 해야 한다. 2위나 3위로는 만족할 수 없다. 내 성격이 그렇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인수대상은 거론하지 않았다.
만약 스프린트의 티모바일유에스 인수가 성사된다면 미국 이동통신업계는 기존의 `2강 2약` 구도에서 `3강 구도`로 바뀌게 된다.
버라이즌, AT&T, 통합 스프린트가 각각 9천만명∼1억1천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천하삼분`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규제당국 심사 등이 있어 스프린트의 티모바일유에스 인수가 성사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