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금융시장 구조개편 새 바람...통합산은 출범으로 기업금융 대변화

금융관련 법안들이 대거 개정되면서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통합산업은행 출범과 차명계좌 거래 금지로 기업금융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프레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정책금융의 맏형격인 산업은행이 5년여 만에 정책금융공사를 재통합하면서 국내 기업의 금융지원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이슈분석]금융시장 구조개편 새 바람...통합산은 출범으로 기업금융 대변화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 통과로 KDB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정금공)가 통합된 ‘통합 산업은행’이 첫발을 내딛었다. 통합준비 작업이 6개월가량 소요될 것을 감안하면 연내 통합 산은 출범이 가능할 전망이다.

정책금융의 맏형격인 산업은행이 중견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의 ‘창조경제’ 허브로 급부상했다.

여야는 통합 산은이 적어도 내년 1월 1일 전에 출범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사전준비와 실사, 합병계약, 등기 등 통합 실무 작업에는 약 6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산은은 통합 산은 출범으로 정책금융기관 역할 중복이 사라지고 보다 효율적인 정책집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소·벤처기업 대상의 온렌딩(on-lending·간접대출지원제도) 사업을 주도했던 정금공이 사라지면서, 비교적 덩치가 큰 중견기업 지원만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모험자본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말이다.

실제 지난 5년간 정책금융공사는 간접투자와 중소·벤처기업 지원, 산업은행은 덩치가 큰 중견기업 대상의 직접투자를 주로 지원해 왔다. 이번 통합으로 산업은행이 보유한 투융자와 기술사업화, 컨설팅 능력이 중소기업에까지 확대되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다.

이에 대해 산은은 통합 후에도 온렌딩 및 투자 등 정금공의 주요기능은 독립 부서에서 수행하도록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합산은은 온렌딩 사업 등 산은과 정금공이 해오던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강화해 이어갈 수 있도록 부행장급 임원이 관리하고, 벤처기업 대상의 지원을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산은은 개인금융 업무를 점진적으로 축소할 방침이다. 특히 다이렉트 뱅킹을 사실상 중단하고, 유관 인력을 타부서로 전환배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대신 통합산은은 유한책임출자자(LP)로서의 투자 확대, 관련조직 정비(확대), 연도별 투자목표 부여 등 ‘종합투자업무 역량 강화’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21년 만에 차명거래도 전면 금지된다.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구조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긴급명령으로 도입된 금융실명제법은 현재 ‘허명’이나 ‘가명’에 의한 거래만 규제할 뿐 ‘합의에 의한 차명거래’는 규제하지 않고 있다. 재산을 은닉하거나 자금세탁 등의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개설하면 실소유자는 물론, 계좌 명의자도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범죄 목적의 차명거래를 중개한 금융회사 직원도 형사처벌을 받는다.

특히 차명계좌에 있는 금융자산은 원칙적으로 명의자 재산으로 추정하기로 했다. 차명계좌를 통해 불법 비자금 등 검은 돈을 보관, 유통하는 사람들이 타격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금융권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차명계좌 차단을 위한 별도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광범위한 금융거래 구조를 전면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조세범처벌법 등 각 법률에 불법 차명계좌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는데 이를 통일하면서 처벌 수위를 높였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