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이 국내 최초로 시분할방식 롱텀에벌루션(LTE-TDD) 망을 구축한다. 군용 통신에 쓰이는 독자망이지만 의미가 남다르다.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LTE-TDD 기술이 마침내 국내에서도 뿌리를 내리게 됐다. 사업에 참여하는 통신장비 업체는 중국과 인도 등 거대 시장으로 진출하는 기반을 다질 수 있다.
무엇보다 롱텀에벌루션(LTE)에 밀린 와이브로가 진화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과거 와이브로를 밀어낸 LTE는 주파수분할방식 LTE(LTE-FDD)다. 반면에 와이브로와 비슷한 처지였던 LTE-TDD는 와이브로와 동일한 시분할방식을 쓴다. 프로토콜을 바꿔주고 간섭현상을 해결하면 두 기술 간 호환이 가능하다.
토종 무선인터넷 기술로 각광받던 와이브로 국내 사용자는 약 100만명으로 매년 감소 추세다. 서비스를 하는 KT와 SK텔레콤 역시 ‘계륵’으로 간주하고 있다. 최근 무제한 LTE 요금제가 나오면서 와이브로 서비스의 순차적 ‘발 빼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공공을 시작으로 LTE-TDD가 민간으로 확산되면 와이브로는 사장되지 않고 발전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 오래도록 와이브로만 바라보며 사업을 유지해오던 칩, 무선(RF), 서버, 모뎀, 단말기 제조 등 국내 중소업체도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
정부가 LTE-TDD 확산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신망에서 음성보다 데이터 처리가 많은 기관의 경우 트래픽 처리 유연성을 발휘하는 LTE-TDD 방식이 LTE-FDD보다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세월호 사태를 계기로 12년째 제자리걸음을 걷는 재난망에도 와이브로를 계승한 LTE-TDD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향후 LTE-TDD가 상용화되면 재난망과 상호 운용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물론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LTE-TDD 확산과 와이브로의 LTE-TDD 전환까지는 적잖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구축된 와이브로망을 활용한다면 차세대 통신으로 떠오른 LTE-TDD에서 시작은 늦었지만 괄목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