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이은우]<35> 아마존의 화룡점정 `아마존 대시`

‘아마존 대시(Amazon Dash)’는 아마존이 최근 선보인 스마트 디바이스다. 주방과 가정에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음성 입력이나 바코드 스캔으로 간단하게 아마존 장바구니에 담는다. 필요한 제품을 따로 검색해서 사야하는 번거로움을 해결했다. 아마존 대시는 유료 서비스인 ‘아마존프레시’ 회원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색다른 하드웨어 혁신으로 평가된다.

아마존이 선보인 스마트 디바이스 `아마존 대시`.<사진출처:아마존>
아마존이 선보인 스마트 디바이스 `아마존 대시`.<사진출처:아마존>

-정진욱(콘텐츠대학부 기자)=아마존은 글로벌 대기업이다. 아마존 서비스를 소개하는 이유는.

▲이은우(소프트뱅크벤처스 상무)=스타트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아마존 대시를 살펴보면서 스타트업이 어떻게 서비스를 설계해야 하는 지를 소개하고 싶다. ‘아마존 대시를 따라해야 하는 이유’보다는 ‘따라하면 안 되는 이유’를 더 말하고 싶다.

-정진욱=아마존 대시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이은우=아마존 대시는 아마존 입장에선 ‘화룡점정’의 서비스다. 굉장히 의미 있는 시도로 고객에게 주는 가치가 명확하다. 일단 고객 행동습관을 크게 바꾸지 않는다. 우유나 식빵 등 필요한 식자재를 종이에 메모하는 수준이다. 별도 리스트를 만든 후 마트에서 쇼핑하는 대신 아마존 대시에 입력하고 아마존 홈페이지에서 구매한다. 필요한 제품을 포스트잇에 메모해 냉장고 붙이는 행동을 실시간으로 구현했다. 아마존에서 구매한 신선식품은 ‘아마존프레시’ 서비스로 다음 날 배송된다.

-정진욱=아마존 대시가 ‘화룡점정’인 이유는.

▲이은우=아마존 대시가 어떻게 가능한지 살펴보자. 화룡점정은 마지막으로 용에 눈을 그린다는 의미다. 아마존은 이미 용의 몸통을 다 그린 회사다.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자체 물류센터도 갖고 있다. 아마존 입장에서 대시는 마지막 미개척 영역인 신선식품 시장에 도전하는 도구다. 상당수가 아직도 인터넷에서 신선식품을 사기를 꺼린다. 여전히 오프라인 상점 비중이 높지만 반대로 가능성도 큰 시장이다.

신선식품은 사실 마진은 크지 않다. 하지만 고객이 가장 자주 사는 품목이다. 고객을 자주 로그인하게 만드는 것만으로 큰 이득을 얻는다. 신선식품으로 서비스 접속을 유도하고 다른 상품을 판매한다. 백화점도 신선식품 코너는 지하에 있다. 장을 본 주부가 명품관에 들러 쇼핑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아마존은 대시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고객 접속률을 끌어 올린다.

-정진욱=아마존 대시는 300달러 연회비를 내는 아마존프레시 고객에게만 제공한다. 진입장벽이 있는 것은 아닌가.

▲이은우=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를 보자. 코스트코는 연회비 30달러를 받는다. 고객은 연회비를 내지만 다른 어떤 곳보다 싸게 물건을 구매한다. 연회비를 낸 고객은 30달러 이상의 효용을 얻기 위해 코스트코에서만 쇼핑한다. 아마존 대시는 아마존프레시 확산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효용이 명확한 매력적인 디바이스를 무료 제공해 아마존프레시 유료 회원을 늘린다. 미국은 오프라인 쇼핑이 쉽지 않다. 온라인 쇼핑은 기본적으로 가격이 싸고 차를 타고 나가는 번거로움을 해결한다. 아마존프레시 가입 고객은 연회비 이상의 효용을 얻기 위해 아마존 서비스를 더욱 많이 이용한다. 코스트코처럼 고객을 잡아 두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진욱=본격적으로 스타트업 얘기를 해보자. 아마존 대시를 통해 스타트업에 해줄 조언은.

▲이은우=아마존 대시를 보고 비슷한 아이템으로 창업하려는 사람이 있을 거다. ‘대시는 바코드 인식만 되니 우리는 이미지 인식이 가능하게 하겠다’, ‘별도 디바이스가 아닌 스마트폰 앱으로 해결하겠다’, 이런 식의 접근이 나올 수 있다. ‘이미지 인식 가능한 디바이스를 뿌리고 신선식품 유통에 뛰어 들겠다’란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이는 무척 위험하다.

-정진욱=대시보다 높은 효용을 제공하는 디바이스로 접근하겠다는 생각이 위험한 이유는.

▲이은우=아마존 대시를 화룡점정이라고 말했다. 몸통이 있고 눈을 더했다는 뜻이다. 해당 기술이 몸통이냐 눈이냐가 중요하다. 하드웨어는 눈이다. 눈을 먼저 잘 그렸으니 몸도 잘 그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해당 사업에서 기술이 소구하는 영역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몸통 없이 눈이 존재할 수 없다.

-정진욱=눈을 먼저 그려 실패한 사례가 있다면.

▲이은우=몇 년 전 소셜커머스 시장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제휴업소 정보를 영상으로 올려요’ 등 다양한 업체가 나름의 차별점을 갖고 시장에 접근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유는 선두업체 티켓몬스터처럼 많은 제휴업소와 탄탄한 영업조직, 든든한 자금 없이 영상 정보 같은 한 가지 특성만 믿고 시장에 뛰어 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몸통을 갖추지 않고 눈만 그렸다. 티몬에 버금가는 몸통이 있었다면 영상 정보가 화룡점정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몸통이 없어 의미 없는 시도로 그쳤다. 눈을 그린다고 몸통이 저절로 생기지 않듯이 한두 가지 차이점이 서비스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정진욱=스타트업이 아마존이나 티몬처럼 튼튼한 몸통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당장 가진 핵심역량이 몸통이 아니라 눈에 해당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은우=이 눈을 어디다 팔지를 고민해야 된다. 아마존 대시보다 우수한 디바이스를 만들 수 있다고 하자. 국내 수요자는 소셜커머스 업체다. 하지만 이들에겐 당장은 필요 없는 서비스다. 아직 이들 업체는 신선식품으로 카테고리를 넓힐 시기가 아니다. 소셜커머스 업체는 현재는 몸을 만드는 단계다. 당장 대시 같은 기기를 만들어도 2년 후에야 팔 수 있을 거다.

-정진욱=실제 팔 수 있을까. 판다면 예상 가격은.

▲이은우=개인적으로도 궁금해서 소셜커머스 업체 대표에게 물어봤다. 대시 같은 기기에 관심은 있다고 했다. 가격은 상황에 따라 변하는 거라 지금 특정하기 힘들다. 사실 대시 같은 기기를 기존 업체가 자체 개발해도 된다. 기업에 팔려면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지적재산도 잘 보호돼야 한다.

-정진욱=용의 눈을 그려 판다고 하면 가능성 있는 분야는.

▲이은우=얼마 전에 화제를 모은 휴대폰 배터리 30초 충전 업체가 좋은 예다. 배터리 30초 완충은 모두가 원하는 기술이다. 급속충전이란 엄청난 기술을 가졌지만 작은 기업이 휴대폰을 직접 만들 수는 없다. 파는 게 정답이다. 다행히 모든 휴대폰 제조사가 화룡점정을 위해 이 기술을 원한다.

-정진욱=아마존 대시 같은 디바이스로 접근하려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투자 의향은.

▲이은우=기술적으로 대시를 뛰어넘어야 한다. 이게 기본이다. 조직은 매각까지 버틸 수 있도록 가벼워야 한다. 산업의 흐름을 탐지하고 매각이든 라이선싱이든 상대와 거래를 이끌어낼 능력도 필요하다. 모든 역량을 갖췄어도 투자 의향은 50%다.

-정진욱=아마존 대시의 시사점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은우=‘내가 그리고 있는 것이 눈인지 몸통인지를 생각해 보자’다. 눈을 그린다고 당장 몸통이 생기지 않는다.

이은우 상무가 평가한 아마존 대시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이은우]<35> 아마존의 화룡점정 `아마존 대시`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