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가 저작권을 위반했다며 TV 셋톱박스 유통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하고 4억원 상당 자산을 가압류했다. 중소기업은 “스마트폰 유통점에 불법 콘텐츠 판매 책임을 묻는 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7일 방송가에 따르면 KBS, MBC, SBS, SBS콘텐츠허브 등은 최근 국내 벤처기업 A사를 상대로 각각 1억원씩 총 4억원 규모 채권 가압류를 신청했다. 법원이 지상파 쪽 의견을 받아들여 가압류를 단행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A사가 지난해부터 유통한 중국산 TV셋톱박스가 국내 방송 등을 무단으로 송출해 자사 저작재산권(공중송신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지상파 3사는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민사소송까지 제기할 방침이다.
해당 벤처기업은 반발했다. 기술 분석 취지로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고 제품을 유통했고 실제 서버와 콘텐츠를 중국 업체가 운영하는 만큼 모든 책임을 국내 기업에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셋톱박스는 단순 하드웨어로 소비자들 선택 하에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되고 중국 업체 서버에서 콘텐츠가 공급된다”며 “스마트폰 유통점이 불법 콘텐츠 공급 책임을 지라는 셈”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이에 대해 A사가 불법 콘텐츠 공급 가능성을 알고도 셋톱박스를 유통한 것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모바일 등 콘텐츠 공급 경로가 다양해지는 만큼 방송·통신에서 신규 비즈니스를 전개할 때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종학 경은특허 변리사는 “해당 셋톱박스가 불법 콘텐츠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면 유통 주체에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효선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신지식재산분과위원장(변리사)은 “저작권 커버리지 고지를 안 한 상태에서 셋톱박스를 유통했다면 책임이 있다”며 “통신·방송에서 (콘텐츠 유통경로가 다양해지는 만큼) 신규 비즈니스를 진행할 때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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