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51>측정, 측정, 측정

[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51>측정, 측정, 측정

‘측정’만이 스타트업의 살길이다. 측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해도 ‘재무제표’를 읽는 능력으로 오해하거나, 홍보용으로 쓸 예외적이고 단편적인 데이터 수집 정도로 평가절하한다. 결론을 가지고 끼워 맞추거나, 잘못된 기준과 조작된 숫자·통계로 가득 찬 수많은 쓰레기 보고서들에 질려버렸다. ‘의도와 선입견’ 없는 측정과 해석 능력은 인간에게서 퇴화해 사라진 능력인가?

고객과 시장을 알고 어떤 제품을 만들지 이미 결론을 낸 CEO는 사업이 아니라 취미 활동을 하는 게 아닌지 돌아보라. 고객은 단지 내 능력 검증의 들러리로 전락한다. 고객에 대해 관심이 없으면 질문도 없고 측정도 필요 없다. 열심히 일하더라도 바른 측정지표가 없으면 무엇을 위해 하는 것인지도 모르는 끈 떨어진 연에 불과하다.

페이지뷰(PV), 방문자(UV), 체류시간, 다운로드, 등록회원, 포스팅 수 등을 측정하는가? 에릭리스는 이런 누적지표를 허무지표(vanity metrics)라 부른다. 누적지표는 자랑하기는 좋지만 수도꼭지가 점점 잠기고 있는데도 욕조물의 총량은 늘어나기 때문에 잘 되는 걸로 오판한다. 문제가 있다는 걸 발견할 때는 게임은 끝난 상황이다. 코호트(cohort) 분석으로 늦기 전에 현상을 파악해야 한다.

고객의 ‘말’은 많이 틀리지만 ‘행동’은 항상 옳다. 그래서 고객의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제품을 완성하기도 전에 제품에 대한 고객의 행동을 어떻게 측정하나? 린스타트업(Lean Startup) 접근법이 있다. 가설을 갖고 고객의 행동을 유도하고, 이를 측정하고 분석해 의사 결정하는 경영기법이다.

스티브 잡스는 인터뷰에서 “포커스 그룹(잠재고객)에 맞춰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제품을 보여주기 전까진 자신들이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모릅니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포커스그룹인터뷰 같은 전통적인 고객조사로는 고객을 알기 어렵다는 말이다. 많이들 오해하지만 이는 고객이 무식해서가 아니라 측정 방법이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말이나 글로 대답하도록 물었으니 오류가 많다. 행동으로 답하게 물어야 한다.

자주 하는 농담이 있다. ‘주먹으로 해도 될 일을 말로 하고 있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