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과 소니는 전략(플래그십) 스마트폰에 각 회사의 기술·부품수급 역량을 총집결했다. 팬택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약하고 마케팅 역량이 떨어지지만 삼성전자·애플 등 경쟁사에 비해 소량 생산을 한다는 강점을 십분 활용했다. 소니는 전통적으로 강점을 보인 카메라 등에서 기술력을 과시했다. 스마트폰 하드웨어가 구현할 수 있는 한계를 거의 다 보여줬다는 평가다.
◇팬택 베가 아이언2, 소량 생산 강점 십분 활용
4~5월 출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대부분 통신표준화단체 ‘3GPP’ 카테고리(Cat.)4 규격의 롱텀에벌루션어드밴스트(LTE-A)를 지원하는 모뎀(베이스밴드) 통합칩인 퀄컴 ‘스냅드래곤801’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사용한다. 메모리 역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에서 조달한 2GB 또는 3GB를 사용해 큰 차별점이 없다. 운용체계(OS) 역시 안드로이드4.4.2(킷캣) 기반으로 자체 OS를 사용하는 애플 아이폰 시리즈와 달리 기본 하드웨어 성능 차별화를 꾀하기 쉽지 않다.
팬택이 선택한 전략은 디자인 고급화다. 특히 구현하기 힘든 이음새 없는(엔드리스) 메탈 프레임을 전작보다 두께를 줄였다. 메탈 프레임은 전파를 차단하기 때문에 이동통신·와이파이·근거리통신(NFC)·위성항법장치(GPS) 등 안테나를 내장하기 어렵다. 아이폰에 적용한 엔드리스 메탈 프레임은 4군데를 잘라 안테나 감도를 높이고 두께를 7.6㎜로 두껍게 구현했다. 팬택은 메탈 프레임 자체 두께를 6㎜대 후반으로 줄였다.
메탈 프레임은 기존 플라스틱이나 크롬에 비해 생산 공정이 길고 원재료 가격이 비싸다. 네모난 형태의 메탈 가운데를 파내고 바깥 테두리는 모서리를 일정하게 갈아내야 한다. 기계로 가운데를 파내지만 최종적으로 수작업이 한 번 더 추가된다. 중간에 남는 부분을 모아 다시 녹여 재활용하기 때문에 월 100만대 이상 대량생산 제품에는 적용하기가 힘들다. 팬택은 프레임 설계는 직접 하지만 가공을 국내 협력업체 2개사에 맡겼다. 협력업체 수작업 등을 중국에서 하면서 인건비를 낮췄다. 월 20만대 규모 양산이 가능하다.
이동통신 3사에 각각 6종의 색상을 공급하기로 한 것도 소량 생산의 장점이다. 수요를 예측하기 쉽고 다품종 생산에 대응하기에 최적이다.
반면 가장 빠르게 고화소 카메라를 내놓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1300만화소 카메라를 장착했다. 그 대신 손떨림방지(OIS) 기능을 추가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5’가 1600만화소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OIS 기능을 포기한 것과는 대조된다. 삼성전자는 1600만화소 상보형금속산화물(CMOS) 이미지센서(CIS)를 사용하면서 OIS 기능을 뺐다. 1600만화소 CIS를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와 소니 외에 공급하는 곳이 없어 수급 불안, 높은 단가 문제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체 개발한 OIS 기능을 구현해 손이 떨리지 않고 어두운 곳에서도 사진이 선명하게 찍히는 기술을 구현해 카메라에서도 차별화 포인트를 줬다. 문지욱 중앙연구소장(부사장)은 “화소가 높은 것도 강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화소라도 OIS 기능을 장착한 게 활용도가 높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다시 적용한 이유는 팬택이 조달할 수 있는 AM OLED 물량이 늘어난데다 기술적으로도 구현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지난 3·4분기 ‘갤럭시S4’ 재고 조정으로 삼성디스플레이 가동률이 한때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공급난이 해소됐고, 가격 역시 떨어지면서 원가 부담도 낮아졌다. 문 부사장은 “디스플레이 모듈 특성상 메탈 프레임에 OLED를 적용하는 게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삼성전자 지분 투자가 이뤄진 것도 OLED 재채택 이유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팬택은 베가아이언2 출시로 기술력을 과시했지만 수익성에서는 출고가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창진 마케팅부문장(부사장)은 “70만원 후반~80만원 초반대로 이동통신사와 얘기하고 있지만 기술·디자인을 봤을 때 이 가격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느냐”면서 오히려 반문을 던졌다. 갤럭시S5가 86만8000원에 출고되면서 출고가를 더 낮추자는 이통사와 수익성 담보를 위해 출고가를 높이고 싶은 제조사간 조율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니, 자사 부품망 활용한 최고의 기술력…자급제폰의 한계
소니는 자사 최신 기술이 스마트폰에 그대로 적용됐다. 2070만 화소 CIS는 전 세계에서 소니가 ‘엑스모어 RS 포 모바일’이라는 브랜드로 유일하게 생산한다. 프리미엄 ‘G렌즈’ 밝기는 F2.0(카메라 렌즈 밝기 단위, 낮을수록 밝다)이다. 카메라 기술에 있어서만큼은 경쟁사와 확실한 격차를 두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소니의 이미지시그널프로세서(ISP) 기술 역시 세계에서 독보적이다. 4K(3840×2160, FHD의 4배) 동영상 촬영을 지원하는 것도 ISP와 디지털시그널프로세서(DSP) 기술에서 소니가 한발 앞서있기 때문이다.
음향·디스플레이도 축적된 자사 기술이 적용됐다. ‘노이즈 캔슬링’이 포함된 광시야각 IPS 패널을 사용했고, 지난해부터 디스플레이 공급 협력사를 2개로 줄이고 긴밀하게 협력관계를 다져왔다. 스피커를 제품 상·하에 배치하고 ‘클리어 오디오 플러스’ ‘에스포스(S-Force) 프론트 서라운드’ ‘클리어페이즈’ ‘엑스라우드’ 등 각종 기능을 넣었다. 스피커·이어폰·헤드폰 기술 역시 타사와 구별되는 강점이다.
고사양 하드웨어에도 불구하고 국내 판매에서는 출시 전부터 약점을 드러냈다. KT 외에 SK텔레콤·LG유플러스와 공급 물량 합의에 실패해 자급제폰으로 주로 판매할 계획이다. 이통사 약정 없이 판매할 경우 출고가인 79만9000원을 그대로 지불해야 해 판매량을 늘리는데는 한계가 있다.
사카이 겐지 소니코리아 사장은 “독보적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