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의 상장 결정으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지배구조 변화가 구체화되고 있다.
삼성SDS 상장 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세 자녀가 보유 지분 매각을 통해 핵심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고 ‘3세 경영’ 체제를 다져나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그룹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재계는 향후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전자·금융 계열사를 맡고,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을, 차녀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이 패션·미디어를 맡는 방향으로 계열분리와 경영권 승계를 진행 중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SDS는 이 과정에서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 차원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부회장 등이 삼성SDS 지분을 판 자금으로 경영권 승계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고 나머지 자금으로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면서 주요 계열사의 지배구조를 다져나갈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삼성SDS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말단에 위치한 회사다. 이 부회장이 삼성SDS 보유지분을 매각해도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전자계열사’로 이어진 지배구조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 특히 삼성전자가 삼성SDS의 최대주주인 만큼 IT서비스 우량 계열사를 놓칠 우려도 없다.
기업분석 업체의 한 CEO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뤄진 삼성계열사 간 지분 이동과 삼성SDS 상장 계획을 볼 때, 삼성그룹이 편법이 아닌 정공법을 택해 적정 비용을 지불하면서 지배구조 개편과 계열분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성SDS가 삼성SNS를 합병하면서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은 8.81%에서 11.25%로 높아졌다. 합병 결의 때부터 업계에서는 삼성SDS의 상장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난 연말 전동수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이 삼성SDS 대표로 선임된 것을 두고도 사업 확대 이외에 별도의 임무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인수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사업재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에버랜드는 건물관리업을 에스원에 양도했고 급식사업체인 웰스토리를 분사했다.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오는 7월 말까지 흡수 합병하기로 결의하면서 그룹의 전자소재부문 수직계열화도 완성됐다. 이어 삼성종합화학이 삼성석유화학을 합병하기로 하면서 화학부문 계열사도 그룹의 중요 부문으로 올라왔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이 치밀한 계획 아래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열사 간 지분 이동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왔다”며 “삼성SDS의 상장 발표는 삼성그룹의 3세 경영체제 정비와 지배구조 개편이 보다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