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콘텐츠 사이트로 광고비 줄줄 샌다

미국의 불법 콘텐츠 공유 사이트에 기업 광고가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 상품을 운영하는 대행사들이 불법 사이트를 걸러내는 장치 없이 수익에만 급급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9일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지난 2월 온라인 감시단체 디지털시민연맹 ‘미디어링크’가 저작권이 걸려있는 콘텐츠를 불법으로 유통하는 ‘해적판 사이트’ 596개를 조사한 결과 이들이 연간 총 2억2700만 달러의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추산했다.

광고주들은 광고대행사의 광고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광고를 노출한다. 대행사는 콘텐츠 사이트들의 등록을 받아 광고를 노출해주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취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하지만 광고상품 적용이 자동으로 이뤄지면서 합법 사이트인 것처럼 위장한 이들 사이트를 걸러내지 못한 채 광고를 뿌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링크는 인건비 등 사이트 유지비용을 고려했을 때 이들 사이트의 영업이익률은 80~94%에 달했다고 전했다.

‘zzstream.li’라는 사이트는 홈박스 오피스, 워너브라더스, 라이온스케이드 등의 저작권있는 영상을 불법 복제해 유통해 왔다. 그러나 지난 3월까지 이 사이트에는 도요타, 혼다, 레고, 크래프트 등 유명 브랜드 광고가 버젓이 게재됐다. 시장조사업체 컴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3월 사이트 이용자는 134만명에 육박했다.

또 다른 불법 사이트인 ‘mytvline.com’에서도 미국 케이블 채널 HBO의 드라마 ‘왕좌의 게임’ 등이 유통됐으며 영상이 시작되기 전 혼다 등 브랜드 광고가 나왔다.

제프 커슨 HBO 대변인은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지만 광고비가 불법 영상 공유사이트로 유입됐다는 점은 유감”이라며 “더구나 해당 브랜드들은 이 사실을 감쪽같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같은 온라인 광고 상품을 이용했던 타깃 측은 “인터넷 광고 게재를 위탁한 업체의 계약조건 위반”이라며 광고를 삭제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매출 때문에 광고비를 받는 사이트 중 불법 사이트가 있는 것을 알면서 묵인하는 대행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나단 태플린 서던캘리포니아대 애닌버그 혁신연구소장은 “프로펠러애즈, 엑소클릭, 애드캐시 등 상습적으로 불법 사이트에 광고를 노출하는 광고대행사의 경우 해당 사이트가 불법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수익성 때문에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