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진행돼온 삼성그룹 구조개편과 경영권 승계작업이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와 맞물리면서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이 심폐소생술(CPR)을 받고 입원 치료에 들어가면서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다행히 신속한 조치로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달 귀국 이후 그룹 구조 개편을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해 온 이 회장의 행보에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일 삼성그룹과 의료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호흡곤란과 심장마비 증세로 10일 밤 10시 56분 서울 한남동 자택 인근 순천향대학병원에 입원해 심폐소생술을 받은 뒤 11일 0시 15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심장시술을 받고 입원 중이다.
이 회장은 기도를 확보하기 위해 기관지 삽관을 한 상태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했다. 이 회장은 순천향대학병원에서 급성 심근경색이라는 진단을 받았으며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기자마자 심장 시술을 받았다. 이 회장은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기 위해 행하는 혈관 확장술인 ‘스텐트(Stent) 삽입 시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순천향대학병원에 입원할 당시에는 자가 호흡에 문제가 있을 정도로 위급한 상황을 맞아 기관지 삽관을 했으며 현재는 안정을 되찾아 호흡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크고 작은 건강문제가 생길 때마다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던 이 회장이 처음 순천향대병원을 찾은 것은 간밤의 긴박했던 상황을 암시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현재는 호흡 곤란에 따른 뇌 손상 여부도 신속하게 조치가 이뤄져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심장기능이 호전돼 이의 유지를 위해 약물과 수액치료 등 보존적 치료만을 하는 단계다. 아직까지는 심장 보호를 위한 ‘체외막산소화장치(에크모)’를 착용하고 있지만 곧 떼어낼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순천향대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심장기능을 회복했으며 삼성서울병원에서 시행한 시술도 성공적이었다”며 “시술 후 안정된 상태로 현재는 회복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이 앞으로 정상적 직무수행 가능 여부에 대해 “순천향대병원에서 응급조치가 신속하고 적절하게 이뤄졌고 삼성서울병원 시술도 잘 끝나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회장은 작년 8월 감기가 폐렴 증상으로 발전하면서 열흘 정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당시 건강악화설이 돌았으나 퇴원 후 활발한 대외활동을 재개했다. 이 회장은 1990년대 말 폐 림프암으로 수술을 받은 뒤 호흡기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병원 측의 권유로 겨울철에는 기온이 따뜻한 지역으로 옮겨 요양을 해왔다.
연초 이 회장은 신년행사를 마친 뒤 해외로 출국해 97일 만인 지난달 17일 귀국했다. 귀국 당일 이 회장은 기자들의 건강 질문에 팔을 들어보이며 “보시는 대로 괜찮다”고 답변했다. 이 회장은 귀국 이후 닷새 만인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출근하는 등 출근경영을 재개했다. 이 회장은 그룹 핵심 임원들의 보고를 받으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포함한 여러 현안들을 직접 챙겨왔다.
1942년생으로 올해 만 72세인 이 회장은 폐 부분의 림프암이 발병해 1999년 말∼2000년 초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은 바 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