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의 발달로 지식 습득 창구는 다양해졌다. 동시에 창조적 응용을 위한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력, 소통 능력, 협업 능력 등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다. 하지만 여전히 교육시스템은 강의 중심의 일방적 주입식 교육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교육부는 예상 대입정원과 고교 졸업생 간 격차를 줄이기위해 2015년부터 강제로 정원을 줄여나가는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지방대 경쟁력 강화에 1조원, 수도권 대학 특성화에 2700억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과 특성화는 당면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소책일 뿐 보다 근본적인 창의인재 양성과 교육비 절감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엔 미흡하다.
우리나라 대학 사회는 교육 모델 자체를 바꾸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지난 9월 타임지에 실린 MIT 총장의 기고문을 보자. ‘MIT 같은 명문대도 학부생 1명을 양성하는 비용이 학생이 부담하는 교육비의 3배에 이르는 고비용 구조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처럼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교육을 재발명(reinvent)해 나가야한다. 2025년에는 대학의 효용성에서 비용까지 전체 시스템이 우리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뀔 것이다.’
파괴적 혁신 이론으로 유명한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교수는 “앞으로 15년 후 대학의 25% 내지 50%가 도산할 것”이라 예측했고, IBM은 지난해 ‘5년 내 인간의 삶을 바꿀 5대 혁신’을 발표했다. 그 중의 하나는 ‘맞춤형 교육’이다.
창의적 인재 양성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대안으로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Classroom)’이 주목받고 있다. 수업 전 학생 스스로 필요 지식을 습득하고 수업 때는 문제 풀이, 응용, 토론 등으로 창의성을 키우는 온라인 맞춤식 교육을 말한다. 무크(MOOC)는 그 대표적 프로그램이라 하겠다. MIT, 하버드, 스탠포드 등 미국 유수의 대학은 예외 없이 무크로 대변되는 온라인 교육실험을 하고 있다.
무크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게 2가지다.
첫째는 학생과 교수의 중간 매개체인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이 없어도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초과목은 무크로 해결하고 전공과목은 정규대학에서 수강해 학위를 받는 것이다. 학위 자체보다는 무엇을 배웠는가에 초점을 맞추게 돼 학벌 타파 뿐 아니라 교육비용도 훨씬 낮출 수 있다.
둘째는 무크를 통해 개발된 교육 콘텐츠를 기존대학들이 받아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콘텐츠 개발과 교육이 분리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대학 뿐 아니라 초·중등 교육까지 무크 등 플립드 러닝을 적극 적용·확산해나가는 미국은 이제 교육혁명으로 국가 경쟁력 유지·향상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플립드 러닝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UNIST는 5년 전 개교 때부터 플립드 러닝을 시도했고, 이제는 확산단계에 이르렀다. 지난해 32과목, 3년 후에는 전체 교과목의 30%에 플립드 러닝 적용이 목표다.
울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난 해 플립드 러닝을 역사교육에 적용해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최근 한 교육포럼에서 500여명의 교사들은 플립드 러닝을 기존 강의식 교육의 대안으로 채택하자고 제안했다.
플립드 러닝의 실험, 정착, 확산을 위해서는 개념 이해, 표준화 된 플랫폼, 콘텐츠 개발, 사용자 연수 등이 선행돼야 한다.
지난 500년간 유지돼 온 교육모델이 흔들리고 있는 교육혁명 시대다. 우리나라 교육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교육혁명을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된다.
임진혁 UNIST 경영학부 교수 imj@un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