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국내외 반도체 기업에 동부하이텍 매각 안내서가 공식 발송된 지 한 달 넘게 지났지만 매각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오히려 일부 후보 기업이 인수 검토 사실을 부인하면서 후보군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수설이 돌면 해당 기업이 전면 부정하는 것이 반복됐다.
반도체 업계는 동부하이텍 매각 작업이 구체화되자 가장 유력한 인수자로 SK하이닉스, LG전자, 현대자동차를 꼽았다. 세 회사 모두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고 있거나 내재화가 필요한 곳이다.
가장 먼저 선을 그은 곳은 SK하이닉스다.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2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기총회장에서 기자들에게 “지금으로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금’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회사 최고경영자가 인수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SK하이닉스의 인수설은 잠잠해졌다.
LG전자와 현대자동차도 꾸준히 인수설이 제기됐지만 공식적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현장 실사를 마쳤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LG전자는 여러 이슈가 겹치며 국내 기업 중에서는 꾸준히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범 LG가(家) 인물이 대주주로 있는 실리콘웍스의 인수 참여설이 제기되면서 함께 부각됐다. 이 역시 실리콘웍스가 “동부하이텍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고 공시하면서 지금은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LG전자는 구본준 부회장이 지난달 방문한 일본 전력반도체 기업은 동부하이텍의 파운드리 고객사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또 다시 언급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보쉬, 타워재즈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역시 인수 유력 기업을 꼽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매각 작업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현재 진행 상황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일각에서는 국내외 기업이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채 물밑에서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채무 완화 등 좀 더 좋은 인수 조건이 제시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 한 대표는 “국내 기업들도 동부하이텍이 지닌 빚 때문에 인수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예전 하이닉스처럼 채권단이 빚을 깎아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1차 매각 작업이 불발될 것이라고 점치는 이들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동부하이텍은 그다지 매력적인 매물은 아니다”라며 “치열한 인수 경쟁이 벌어지는 구도가 아니기 때문에 조기에 인수자를 찾는 것이 힘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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