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KT, 스마트그리드 해외진출 위해 맞손

한전과 KT가 해외 스마트그리드 시장 진출을 위해 손을 잡았다.

한국전력(대표 조환익)은 KT와 14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스마트그리드 기술 개발과 해외 진출 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황창규 KT 회장(사진 왼쪽)과 조환익 한전 사장이 MOU 교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창규 KT 회장(사진 왼쪽)과 조환익 한전 사장이 MOU 교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양해각서로 두 회사는 전력과 ICT가 결합된 융·복합 스마트그리드 서비스를 개발하고 스마트그리드 확산 사업과 지능형 수요 관리 분야에 상호 협력키로 했다. 스마트그리드 강점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 동반 진출하고 전력-ICT 융합 분야 중장기 연구 과제와 기술 개발을 공동 수행하는 데 합의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한전과 KT는 이번 양해각서로 각자 강점을 잘 조화시킨 창조경제형 사업 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며 “공동 개발한 모델로 세계 시장에 진출해 2030년까지 해외수출 49조원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KT는 한전과 협력을 계기로 ICT 기반 스마트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관련 벤처, 중소 기업 등과도 스마트 에너지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중장기 성장 사업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의 제휴는 그동안 스마트그리드 실증과 보급 사업에서 경쟁 관계였던 국내 대표 전력 회사와 통신 회사가 해외 시장을 목표로 힘을 모은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여기에 실무진으로 워킹 그룹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간 전력과 통신 시장에서 쌓은 역량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기대되는 협력 분야는 크게 소규모 자립형 분산 전원(마이크로 그리드)과 지능형 수요관리(DR), 건물에너지 관리 시스템(BEMS)이다. 이미 두 회사가 역량을 집중해 개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상호 보완이 가능하다.

마이크로 그리드는 전력 시장이 대규모 전원보다는 분산 전원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한전은 가사도에 10월 준공을 목표로 에너지 자립섬을 구축 중이다.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를 결합해 에너지 자립도를 끌어올리는 형태다. KT도 지난해부터 세종시에 정부 과제로 K-MEG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력 수급이 불안정하고 송배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동남아시아 지역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KT가 운영 중인 ICT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도 한전이 계열사 건물을 대상으로 보급 중인 에너지 제로 빌딩과 겹친다. KT는 ICT를 활용해 불필요한 전력을 줄여 효율을 높이고 한전은 신재생에너지로 일부 전력을 충당하고 조명제어로 전력낭비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전력과 ICT 결합 서비스라는 점에서 빌딩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한전 측은 설명했다.

한전이 시행 중인 지능형 수요관리도 KT가 사업자로 참여 중이다. 수요관리 사업자는 ICT를 이용해 고객의 냉난방기나 불필요한 기기 전력사용을 제어해 최대 전력사용량을 낮춰 기본요금을 줄인다. 줄인 전력을 재판매할 수도 있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높다. 협업을 이용한 새로운 사업도 가능하다. 모두다 올레와 같은 통신서비스와 전기요금을 결합한 형태의 서비스도 고려해볼 수 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