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7000만~8000만대로 잡았던 올해 태블릿PC 판매 목표치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지난 1분기 태블릿PC 매출액 점유율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오히려 목표치를 낮춘 것이어서 업계에선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태블릿PC 시장의 데스크톱·노트북PC 대체효과가 예상보다 적고 중저가 제품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면서 대만·중국 업체에 유리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주요 협력업체에 통보했던 부품 공급량을 조정하고 올해 태블릿PC 판매량을 6000만대 이하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4~5월 출시를 준비하던 중저가형 태블릿PC 모델도 줄줄이 취소했다. 지난 연말 1억대, 올해 사장단회의에서 보고된 7000만대 내지 8000만대와 비교하면 상당히 감소했다.
삼성전자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는 전체 태블릿PC 시장서 수요가 전망보다 낮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태블릿PC 시장이 38.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성장률 68%보다 약 30% 적다. 1분기만 보면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17.39% 성장하는데 그쳤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태블릿PC 출하량 4100만대보다 두 배 성장하는 게 시장 상황상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스마트폰에 비해 경쟁제품과 성능·소재 차별화가 어렵고 삼성전자가 주로 공략하는 중저가 시장에 경쟁사가 많다는 것도 약점으로 꼽혔다.
1분기 유통망에 판매한 제품의 재고가 상당수 남은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증권가 연구원은 “1분기 점유율은 올랐지만 유통 재고 때문에 2·3분기 물량을 조절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태블릿PC 판매 목표 조절에 돌입하면서 후방 부품·소재 생태계 역시 스마트폰 이후 먹거리를 고심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태블릿PC 판매량이 예상보다 적고 중저가형에 치우쳐 태블릿PC용 디스플레이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부품(DS)부문 역시 3차원 적층구조 ‘V낸드’ 등 대용량 메모리반도체 수요처를 고민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모바일 D램, 시스템LSI의 고성능 프로세서 역시 예상보다 반사이익을 얻기 힘들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다음달 출시를 앞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채택한 태블릿PC가 프리미엄 수요를 공략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한 부품 공급업체 사장은 “양산이 예정됐던 모델이 취소되는 바람에 가동률이 떨어진데다 딱히 대체 아이템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유율은 올랐지만 매출액이 점유율 성장률만큼 확대되지 않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 1분기 애플은 태블릿PC에서 75억9440만달러(약 7조7964억원), 삼성전자는 34억2270만달러(약 3조5137억원)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체 판매량은 애플 1640만대, 삼성전자 1280만대로 30% 차이가 나지만 매출액은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태블릿PC를 스마트폰과 서버를 이어주는 가교로 활용한다는 전략을 펴왔다. 스마트폰 시장 포화 뒤 떨어지는 수익률을 기존 PC를 대체하는 태블릿PC가 만회할 수 있다는 복안이었다. 태블릿PC 수요 예측이 빗나가면서 서버 시장 대응 시기를 더욱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태블릿PC 판매 목표량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