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외로만 돌아야 하는 ICT융합 사업

한국정보화진흥원, 분당서울대병원, 외교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재외공관 원격의료상담서비스를 올해 카자흐스탄, 가나, 르완다, 베트남 등으로 넓힌다. 상담 수준이라고 해도 원격의료 유용성을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원격의료는 의료와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한 서비스다. 적은 비용으로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니 각국이 적극 도입한다. 통신망이 발달한 우리나라보다 더 적극적이다.

우리나라는 그간 솔루션을 개발해 놓고도 규제와 의사협회 반대로 서비스를 하지 못했다. 의사파업을 끝낼 때 4월 시범사업을 합의했지만 지연됐다. 의사협회 반발 속에 새정치민주연합이 원격의료 저지를 6.4지방선거 공약에 포함해 향후 추진 전망도 밝지 않다. 몇년간 허용만 기다린 원격의료 업체들은 또다시 답답한 시절을 보내야 할 판이다.

스마트그리드는 에너지 소비 효율을 높이는 전력+ICT 융합 기술이다. 정부와 업계가 실증사업까지 추진했지만 진입 규제 등으로 여전히 답보다. 반면 해외 시장 진출은 활발하다. LS산전은 이라크에서 스마트그리드 핵심인 AMI(지능형원격검침인프라) 사업을 수주했다. 국제 입찰 프로젝트로서 세계 최대 규모다. KT와 한국전력은 스마트그리드 사업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이미 활성화한 해외 시장 공략에 무게 중심을 둔 협력이다.

우리나라 ICT 융합사업이 정작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활발한 기현상들이다.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ICT 융합 사업도 사정은 비스하다. 더 큰 해외 시장을 선점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기업들이 아예 열리지 않는 국내 사업을 포기한 측면이 큰 해외 진출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 융합 서비스를 해외에서 먼저 시작했다가 역수입해야 할 지경이다. 국내 수요가 없어 그렇다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엔 없는 엉뚱한 규제나 일부 이해집단 반대 탓이라면 황당한 일이다. 세계 최고 네트워크 인프라를 보유한 덕분에 세계가 부러워하는 ICT융합 테스트베드를 우리 스스로 썩히는 꼴이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이런 것이 국익을 해친다. 왜 해외로만 돌아야 하는지 산업계만 답답할 따름이다.